「타워레코드에는 불황이 없는가」
그동안 음반은 일반 경기동향에 가장 민감한 상품으로 꼽혀왔다. 실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음반 소매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으로 매출 하락 및 적자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음반소매점인 타워레코드,특히 서울 강남점은 오히려 전년대비 17%의 높은 매출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월 5억9천만원,2월 6억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로 97년을 시작한 타워레코드 강남점은 10월 말 현재까지 월 4억∼5억원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음반 경기침체기간으로 손꼽히는 11월에도 4억5천만∼5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타워레코드는 서울 강남 요충지에 3개층 4백50여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마련한 까닭에 비싼 임대료,인건비 등의 고비용 구조를 안고 있다. 음반 마진도 30∼34%에 이르러 소비자 가격이 다른 소매점에 비해 10∼20% 가량 비싸다.
고비용,고가격은 경쟁력 약화의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타워레코드는 예외다. 서울 강남역 타워레코드 부근 지하상가에 포진한 소규모 음반점들이 덤핑에 가까운 가격정책을 폈음에도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타워레코드에서 열렸던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 대형 음반점들도 강남 진출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타워레코드의 지척에서 소규모 음반점을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음반 도매공급가의 5∼10%라는 출혈마진을 책정해 소비가격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신장되지 않고 있다』며 『업종을 바꾸거나 아예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 강남지역의 상권이 일반적인 음반 소비경향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각종 조사를 통해 나타난 우리나라의 주된 음반 소비계층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 음반이 CD화되면서 장당 1만∼1만4천원을 투자해야만 하는 고비용의 취미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제력이 필수조건인 것. 음반시장의 주력군이지만 개당 4천∼5천원 대의 카세트테이프를 구매하는 데 그치는 10대와 20대 초반의 신세대들은 음반소매점의 매출신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타워레코드측의 자체조사결과 강남점의 주 소비계층은 「일반 경기동향에 민감하지 않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학생」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국적인 매장 디스플레이와 「타워레코드」라는 국제적인 브랜드가 신세대들의 감각에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타워레코드의 관계자들은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강남역 부근이 부유계층 신세대들의 유흥거리」라는 입소문이 음반 구매경향을 통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타워레코드 강남점의 황경림 부점장은 『타워레코드가 10대 후반∼20대 초반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고 실제 구매력도 높다』며 『갑자기 비가 오지 않는 한 하루 매출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없다』고 말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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