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러 방송위성 교체 「발등의 불」

(모스크바=강혜련 통신원) 러시아는 표준시간대가 11시간에 이르는 광대한 나라이다. 캐나다의 2.5배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의 77배에 이르는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는 일찍부터 위성방송 시스템을 발달시킨 객관적인 조건이 되기에 충분했다. 각 가정에 설치되어 있는 안테나는 대부분의 경우 위성수신기로 연결되어 있으며 러시아의 어느 지방에 가더라도 접시모양의 크고 작은 위성수신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위성수신기가 단순히 위성방송용이 아니라 공중파방송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구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위성방송 시스템의 낙후가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작동하고 있는 방송용 인공위성의 3분의 2 즉, 12개 가운데 8개는 이미 자신의 능력을 소진했고 긴급히 교체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송신기 부분을 꺼야 하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그대로 방치되면 방송전파가 오랫동안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전체 주민 80명당 1명꼴인 1백80만명의 러시아 주민은 단 하나의 텔리비젼 프로그램도 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 혹은 전국적 수준의 방송국 만이 아니라 대부분 인공위성을 통해 전파를 발사하는 지역방송국들에게도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비상수단을 취하지 않을 경우 1999년 말까지 모든 궤도상의 구루핑(grupping)은 완전히 이탈할 것이고 러시아의 많은 지역은 방송이 불가능한 암흑지대로 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러시아정부는 「위성통신체계의 견고한 기능화 지원」과 「러시아연방 우주프로그램과 우주관련 국제 협약의 실행 지원」이라는 명령을 내려 놓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예산 외의 재원들 특히 외국의 파트너들을 끌어들이려는 제안들이 포함되어 있다.전략적 투자에 관한 제안은 특히 미국 프랑스 그리고 캐나다의 대규모 기업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위성 현대화 작업에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이를 테면 위성통신을 이용하는 러시아 소비자들 가운데 3분의 1이 낙후된 러시아의 위성통신시스템을 외면하고 외국의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위성통신의 발전에 쓰여질 자금의 많은 부분을 외국회사에 뺏기고 있는 것이다.또 위성망의 현대화가 지체될 경우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에 점점 더 많은 소비자를 뺏길 위험이 있다.

이와 함께 연방 우주프로그램의 실행에 필요한 국가예산의 만성적인 부족으로 전체 프로그램이 예정된 기간내에 완료되기 어려운 현실이 지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개발된 구식모델의 위성 「고리존뜨」와 「에끄란M」은 새로운 시리즈 「엑스프레스」와 「갈스」로 바꾸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새로운 모델의 위성들도 통과능력, 경제적 효율성 그리고 적극적인 활동기간의 측면에서는 세계적 수준보다 떨어진다. 발사를 목전에 두고 진동시스템이 고장나면서,설계부터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들과 관련된 개발 작업은 현재 예정만 잡혀 있을 뿐이거나 아예 중단됐다.

또 다른 문제점은 위성방송에 관계된 모든 집단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는데 현재 그것이 그렇게 순조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텔리비전 방송의 경우 위성방송의 가장 적극적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국가예산 이외에 광고료와 같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집단이므로 방송용 위성의 현대화에 비중있는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제 1채널 ORT는 공영방송으로서 위성망의 완성에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내의 만성적인 조직개편에 치중할 뿐,이와 관련해서는 기회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ORT는 장래의 선거투쟁이라는 긴박한 정치적 과제를 목적으로 지역방송사를 사모으는데 훨씬 더 관심이 있다. 제4채널 NTV는 비교적 적극적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지만 현재 자본의 대부분을 자체의 위성방송 NTV플러스망의 확장에 쓰고 있다. 그렇지만 「NTV마이너스망」이라는 별칭을 얻은 만큼 아직까지 그 결과는 좋게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인공위성의 현대화라는 장기적 과제의 해결을 전제하지 않는 한 사실 그 노력은 헛된 것이 될 것이다.

주요 방송사들 가운데 비교적 방송용 위성의 현대화에 관한 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방송사는 RTR이다. 채널 로시야와 꿀뜨라를 포함하는 위성통신의 현대화 프로젝트에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작년 말 주식회사 RTR시그널의 설립에 관한 명령을 내렸다. 방송 및 통신위성의 문제 해결에서 장애물로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의 통신부이다. 통신부는 현상유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러시아 방송시스템의 현대화는 인원감축을 동반하는 자동화로 이어질 것이 뻔한데, 이때 감축 대상은 기술진이 아닌 행정부서 즉 배분과 통제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일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통신부 관료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결국 문제해결의 중심에는 러시아 행정부가 설 수밖에 없다.방송사들의 투자를 유인하고 움직이지 않는 관료들에게 압력을 넣으면서 관련된 참여자들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역할은 현재로써는 행정부 외에 그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방송 내용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문제와는 달리 기술적 현대화는 국가에 권한이 집중된 러시아 방송체계를 놓고 볼때 러시아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영역인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 국민의 가정에 선명한 화면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러시아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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