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컴퓨터시장에서 펜티엄Ⅱ 기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컴퓨터제조업체 대부분이 올 가을께부터 「펜티엄Ⅱ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중앙연산처리장치(CPU)로 채택한 PC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등 조립PC상가에서도 펜티엄Ⅱ 기종이 주력 판매제품으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펜티엄Ⅱ칩 제조업체인 미국 인텔사가 밝힌 성능테스트 자료에 따르면 펜티엄Ⅱ 2백33MHz제품의 경우 기존 펜티엄 2백MHz칩보다 최고 2배 이상 성능이 개선됐다. 또 박진감 넘치는 3차원 게임을 즐길 수 있고,부팅시간과 인터넷접속 속도 등도 빨라진다고 한다. 아직 펜티엄Ⅱ의 성능을 1백% 만끽할 만한 소프트웨어들이 많지 않지만 펜티엄Ⅱ는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PC의 주력채용 모델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이같은 펜티엄Ⅱ칩을 CPU로 채택한 PC기종의 등장과 보급확대는 컴퓨터제조업체들이 보다 고성능을 원하는 PC사용자들의 구매심리를 꿰뚫어 보고 이를 판매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이면에 반도체왕국 인텔의 시장전략에 따라 야기되는 억지춘향이격의 칩세대교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당장 펜티엄Ⅱ기종의 등장으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크게 관심을 끌던 「펜티엄 MMX칩」은 벌써 무대 뒤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올들어 요란스럽게 TV광고 화면을 메우고 신문지상을 장식하던 펜티엄 MMX칩은 이제 용어 자체마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난 1,2년 사이에 PC사용자들은 「펜티엄」 「펜티엄프로」 「펜티엄 MMX」 「펜티엄Ⅱ」로 이어지는 급격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세대교체로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칩 이름을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짧은 기간에 벌어진 이같은 세대교체는 당연히 PC사용자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있다.
특히 인텔은 AMD, 사이릭스 등 호환칩 메이커들을 따돌리기 위해 펜티엄Ⅱ를 다른 보조 장치들이 포함돼 있는 카트리지 형태로 만듦으로써 가장 보편화해 있고 아직도 개선 여지가 많은 「소켓7구조」를 밀어냈다. 이 결과 PC사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물론 값비싼 마더보드까지 갈아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더군다나 인텔은 틈을 놓치지 않고 음악과 영상처리 기능이 칩에 포함된 3차원 그래픽 기술의 「MMX2」칩을 개발중이며, 동시작업 기능이 강화된 차세대 칩인 「머시드」를 오는 99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달 들어서는 느닺없이 「슬릿원(가칭)」 이라는 초저가형 마이크프로세서를 내년중에 내놓겠다고 밝혀 PC사용자와 부모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이처럼 불과 3∼4년 동안에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벌어질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세대교체는 PC사용자들의 구매 의도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텔은 신형칩 위주로 물량조절에 돌입하면 구형제품은 곧바로 생산을 중단해 버리기 때문에 PC사용자들로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아마 PC사용자들은 내년 초쯤이면 지금의 펜티엄Ⅱ 기종을 한켠에 밀쳐두고 또 다른 펜티엄Ⅱ 변형기종을 구입하든지 아니면 값싸고 성능좋은 슬릿원기종을 살 것인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세계표준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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