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창의적 연구진흥사업

개똥벌레는 밤이 되면 꽁무니에서 불빛이 반짝인다. 그래서 반딧불이라고도 불린다. 개똥벌레 불은 다른 불과 달리 뜨겁지가 않다. 불빛이 나오는 부분이 담뱃재 하나 크기이지만 광도는 담뱃불보다 훨씬 밝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아이들은 여름철이면 개똥벌레를 여러 마리 잡아 손 안에 넣고 다니면서 손전등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 GE사의 연구원이던 이만은 이처럼 손에 쥐어도 뜨겁지 않은 개똥벌레 불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하다 불빛의 파장 중 열작용이 큰 적외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만약 적외선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 가시광선만 내는 전등을 만들면 뜨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디어만으로 그치지 않고 결과물로 얻기 위해 연구를 지속했다. 그 결과 전기를 방전시킬 때 나오는 자외선이 산화아연이나 산화카드뮴과 같은 물질에 닿으면 짧았던 파장이 길어지고 가시광선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 이를 적용해 만든 것이 현재의 형광등이다.

우리 속담에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랴」는 말이 있다. 되지 않은 일은 아무리 억척을 부려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형광등이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전등을 뜨겁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한 연구원의 고집스런 연구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킨 대표적인 예이다.

과기처가 이같은 개념의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키로 하고 최근 연구과제를 선정했다. 선정 과제가 대부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규명하고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 21세기에는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에디슨이 탄생한 지 1백50년이 되는 해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발간된 닐 볼드윈의 「에디슨」이라는 전기는 부제를 「20세기를 발명한 사나이」라고 붙였다. 만일 그의 발명이 없었다면 20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전연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표현이다. 그는 만년에 자신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무엇이냐는 기자 질문에 엉뚱하게도 『실험실』이라고 대답한 것은 의미가 깊다.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사업 참여자가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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