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매출 증대효과 「기대이하」.. 대형가전 속빈강정

가전제품이 날로 대형화 추세가 날로 가속화하고 있지만 가전업체들의 매출 구조를 개선하는 데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가전업체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컬러TV업계에 따르면 올해 컬러TV판매 물량이 2백10만대에 8천5백억원 규모로 지난해 기록한 2백20만대, 8천9백억원 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감소율은 대수와 금액 모두 4.5%다.

그런데 올들어 컬러TV시장에는 주력 제품의 세대교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주력 제품이었던 25인치 제품은 판매 비중이 10월말 현재 23%로 지난해보다 2%포인트 떨어진 반면 29인치 제품의 판매비중은 지난해 22%에서 올해 30%를 넘어섰다.

같은 컬러TV라면 29인치 제품이 25인치 제품보다 20∼30만원 정도 비싸다. 따라서 컬러TV의 매출 감소율은 판매 수량의 감소율보다 낮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업계의 전망치를 보면 판매수량과 매출액의 감소율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은 대형제품을 선호하면서도 고가 제품보다는 저가 제품을 주로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컬러TV업체들은 올들어 수요 확대를 위해 기존 29인치 컬러TV보다 값이 절반 가까이 싼 동급 제품을 보급형 기획상품으로 내놓았다. 또 컬러TV시장은 판매난이 가중되면서 값싼 덤핑 물량이 대거 나돌아다니고 있다.

소비자들은 바로 이들 염가형과 덤핑 판매되는 제품을 주로 구입하고 있다. 컬러TV업체로서는 대형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져도 그다지 즐겁지 않은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같은 현상은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화 추세가 활발한 다른 가전제품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냉장고는 올해 5백ℓ급 이상 대형 제품의 판매비중이 55%로 지난해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아졌으며 10㎏급 이상 대형 세탁기도 판매비중이 지난해보다 5%포인트 높아진 50%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냉장고와 세탁기 모두 매출 증감율이 판매 수량의 증감율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대형 제품을 찾는 경향은 뚜렷하지만 경기가 안좋은 탓인 지 같은 크기라면 싼 제품을 구입한다』면서 『애초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염가형 제품을 개발했는데 극심한 경기 불황에 직면하면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가전업체들은 올해 가전제품의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나마 대형화 추세에 기대를 걸었는데 이 또한 「속빈 강정」으로 판명돼 애를 태우고 있는 셈이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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