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科技전시회"에 거는 기대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어제 첨단과학 연구결과물 전시회가 개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회 정보통신포럼 주최, 전자신문사 주관으로 3일 동안 열리는 이번 첨단기술 전시회에서는 전자통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비롯한 16개 정부출연 연구소 및 연구기관들이 개발한 첨단기술이 전시돼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연구기관간의 연구정보 교류는 물론 산업계와의 연계의 장이 될 뿐 아니라 21세기 기술선진국 도약을 준비하고 있고 선진국들의 원천기술에 대한 기술료 공세가 드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이들 출연연구기관들은 그동안 충분하지 못한 예산과 열악한 여건 속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개발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전시된 기술만 하더라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이동통신 기지국용 전자냉각 모듈 등을 출품했고, 한국항공우주연구소는 중형과학관측 로켓과 오는 99년 발사예정인 아리랑위성 등을, 한국기계연구원이 항공기용 축력형 가스터빈 등을 전시했다. 또한 한국전기연구소는 마이크로웨이브 무선 전력전송시스템 및 초전도선재 등을 출품했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는 에너지기술 정보시스템 등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위성방송 제한 수신시스템과 HDTV용 칩세트 등을, 시스템공학연구소는 컬러 영상일치 시스템을, 또 한국표준연구원은 방사선 경보장치 등을 전시하는 등 이들의 개발기술은 수없이 많다.

그뿐 아니라 이들 연구기관이 중소기업에 이전한 기술 또한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출연연구소를 포함한 국, 공립연구소들이 중소기업에 제공한 기술은 4백83개 과제로 이들 기술은 6백여개 중소기업에 이전돼 상용화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전된 기술로는 한국기계연구원이 하나기술에 이전한 레이저용접기 최적화기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가 금산산업에 이전한 데이터로거 관련기술, 항공우주연구소가 현대항공산업에 제공한 항공기부품 소성가공 및 품질평가기술, 한국원자력연구소가 금정산업기계에 이전한 보일러 장착형 소각로 관련기술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소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들의 경우 높은 매출신장세를 기록해 기업경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출연연구소들은 첨단기술개발 및 산업기술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자기 직장이나 직무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9.1%가 연구소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반면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4.8%는 그렇지 않다고 답해 기회만 주어지면 이직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제로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연구원들이 연구기관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신분에 대한 불안, 정부의 직, 간접적인 간섭 및 연구소 내부문제 등 주로 연구외적인 요인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첨단기술 개발의 주역인 연구원들의 사기가 이렇게 떨어진 상태에서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인 첨단 및 원천기술 연구개발의 활성화와 기술선진국의 목표달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잖아도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50%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내놓은 산업기술 백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력제품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70~90% 수준이 대부분이며 기술개발력 지수가 미국을 1백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는 6.55로 70.19인 일본, 47.68인 독일, 28.99인 프랑스에 비해 크게 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막대한 기술료를 들여 선진국으로부터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기술 도입건수는 매년 증가돼 왔으며 지난해 외국에 지불한 기술료는 총 22억9천7백만 달러로 지난 92년의 8억5천1백만 달러에 비해 무려 2.7배나 증가했다.

게다가 선진국들의 특허료공세 또한 날로 거세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만 해도 선진국들은 동영상정보처리 관련 기술인 MPEG2를 비롯해 이동통신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시분할다중접속(TDMA) 기술에 대한 고액의 특허료를 요구하고 있어 특허료 부담이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회가 정계의 첨단과학기술 및 연구기관의 활동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해 국회차원의 과학기술정책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국회의원들은 이들 연구기관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동시에 그들의 문제와 애로사항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단기적으로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연구활동을 활성화하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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