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디오 업계, EU의 반덤핑 조사 「속수무책」

유럽연합(EU)이 아시아지역 5개국의 對유럽 카오디오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는 발표를 한 지 열흘이 지났으나 국내 업체들은 뾰족한 대응방안을 세우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국내 업체 가운데 EU가 반덤핑 혐의를 두고 있는 업체들은 대우전자, 현대전자, LG전자, 해태전자, 삼성전자 등 5개 업체. 그러나 이들 업체 중 이번 EU의 반덤핑조사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업체들은 대우전자와 현대전자 등 2개업체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체들은 EU의 반덤핑관세의 부과로 수출을 중단하거나 아예 카오디오사업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럽에 카오디오를 주도적으로 수출해온 해태전자는 부도로 EU의 이번 조치에 대응할 여력이 없으며 LG전자는 카오디오 사업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몇년간 유럽 수출물량이 전혀 없다고 밝혀 이번 조사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결국 대우전자와 현대전자만이 이번 EU의 반덤핑조사에 해당된다는 결론이다.

대우전자와 현대전자는 이번 EU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심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사태를 관망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으로의 수출물량이 미미한데다 법적 대응을 할 경우 이에 필요한 금액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전자의 경우 유럽 수출용 카오디오를 유럽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현대전자는 차제에 유럽시장을 포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업체들의 유럽 카오디오 시장 점유율은 2%에 지나지 않은 반면 일본은 49%에 달해 이번 조치는 일본을 겨냥한 것 같은 냄새가 짙다』며 『일부에서는 이미 사영길에 접어든 국내 카오디오산업의 현 상황에서 과연 EU의 조치에 대해 대응할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의 카오디오 업체들이 수출 대상지역을 유럽에서 중남미 등 타지역으로 전환할 경우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국내 업체들은 가격경쟁에서 밀려 결국 피해를 가져올 수 밖에 없을 것은 분명하다.

지난 92년 EU의 한국산 카오디오에 대한 반덤핑 조치로 국내 카오디오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받은 것처럼 이번 조치로 현대와 대우 또한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 한때 국산 전자제품의 수출을 견인해왔던 국내 카오디오산업의 명맥이 완전히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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