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외 전자산업 새물결 (24.끝);경박단소화 (하)

전자제품의 경박단소화는 그 기기에 사용하는 부품의 경박단소화에서 시작된다. 전자제품의 성능과 기능이 크게 향상되고 다양해짐에 따라 부품의 경박단소화는 제품의 부가가치 확보에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특히 복합기능형 기기와 휴대형 기기의 수요 확대는 부품의 경박단소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전자부품의 경박단소화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트랜지스터 발명과 보급. 트랜지스터는 진공관과 마찬가지로 전자증폭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지만 그 크기는 진공관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다. 이 때문에 트랜지스터는 제품의 경박단소화에 크게 기여했고 신뢰도, 내구성 등의 향상도 가져왔다.

전자산업이 진공관 시대에서 트랜지스터 시대로 넘어간 시점은 지난 50년대. 트랜지스터는 TV, 컴퓨터 등에 엄청한 변화를 일으키면서 직접회로(IC), 대규모 직접회로(LSI), 초대규모 직접회로(VLSI)라는 형태로 발전돼 왔다. 이같은 집적도 향상은 그 단계마다 전자산업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칩 크기 자체의 축소는 집적도 향상과 무관하게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칩의 경우는 경박단소화가 별로 진행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집적도 향상이 일정 크기에 훨씬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반도체 칩의 고집적화는 경박단소화의 일종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칩의 경박단소화는 집적도 향상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된 것이 된다.

또 반도체 칩 자체 크기의 축소도 실제로 진행돼 왔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한 세대 앞선 미세가공기술을 이용해 칩의 크기를 줄인 것으로 현재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이같은 방법으로 기존 제품보다 작은 16MD램을 개발해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일본의 NEC, 후지쯔 등도 최근 들어 칩 크기 축소에 주력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듈화 추세도 대표적인 부품의 경박단소화로 볼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칩의 모듈화는 부품의 소형, 경량화를 주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소형, 경량화가 필수 과제인 통신단말기 등을 중심으로 칩의 모듈화가 한층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부품을 실제 제품에 실장할 때 실장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기술도 부품의 경박단소화를 촉진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실장기술은 패키지화된 반도체를 기판에 집적하는 방법이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실장면적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베어(bare) 칩 실장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반도체 실장기술의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현재는 대형 컴퓨터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이 기술이 휴대형 제품의 경박단소화에 불가결한 기술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휴대형 PC 등으로 응용분야가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기소형화를 위한 부품의 경박단소화 가운데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시스템 온 칩화」 기술이다. 시스템 온 칩화란 메모리와 로직 기능을 한 개 칩에 집적함으로써 그 부피를 줄이면서 기능을 확대하는 것으로 현재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시스템 온 칩화 경향은 그 중요도를 반영하듯 미국 반도체업계에서는 이 분야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반도체산업 구조재편 작업에까지 나서고 있다.

부품의 경박단소화는 제품의 경박단소화에 비해 한층 큰 의미를 갖는다. 제품의 경우 경박단소화가 일정 한계에 이르면 그 필요성이 점차 감소하지만 부품의 경우는 끊임없는 경박단소화가 부가가치 부여 수단으로 작용해 경쟁력 향상에 일조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품의 경박단소화는 앞으로 전자기기의 핵심부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