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계측기기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8월말까지 국산 계측기기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3.8% 감소한 1억9천5백62만4천달러로 머물렀기 때문이다.(본보 10월20일자 참조)
더 큰 문제는 계측기기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2백6억달러)의 14%인 30억달러를 차지하던 계측기기 무역적자가 지난 8월말 현재 전체 무역적자의 17.5%인 18억달러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측기기 수출을 확대가 난망하다는 점이다.
특히 계측기기 주 수출 시장인 미국, EU, 일본의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국산 계측기기 수출이 감소한 것은 국내 기술력이 열악한데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중국, 대만등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 및 품질면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저급 범용계측기기의 경우, 저임금, 단품위주 생산품인 디지털 멀티미터, 전압계, 전류계 등에서 저가공세를 펼치는 중국과 원자재 및 부품조달이 수월한 대만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어 수출감소 원인으로 작용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수출 주종품목인 멀티미터, 신호발생기 등 저급 범용계측기기류의 경우 중국, 대만업체의 저가공세로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오실로스코프, 시험기기, 압력계 등은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외국 선진업체들의 장벽에 막혀 단시일내에 가시적인 수출신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특히 전류, 전압계 등 범용계측기기를 중국 및 동남아국가로 우회 수출하던 홍콩의 바이어들의 위축과 동남아 국가들의 외환사정 악화 및 환율불안 등으로 수출활동이 위축되면서 국내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또한 독일도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을 통해 한국에서 수입하던 멀티미터 등 대부분의 품목을 동, 서독 통합후 자국에서 생산조달하고 중, 저가 제품 수입선도 인접국인 헝가리, 폴란드 등 동구권으로 전환하고 있어 국산 계측기기의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통산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홍콩의 사회경제체제 변환, 독일의 OEM수입선 자국생산으로 대체, 동남아지역의 경기침체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이지역에 대한 주력 수출품목인 오실로스코프, 가스매연분석기기, 멀티미터 등의 수출 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도 경기회복에 따른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 일본, EU 등지에서 최근들어 고정밀, 고부가가치형의 환경계측기기, 항온항습기 등에 대한 수출상담이 증가하고 있어 연말 수출증가가 조심스럽게 기대되고 있다.
또한 최근 외환사정악화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지역 국가들이 석유화학공업분야에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유량계, 레벨계, 자동계측시스템 및 환경계측기기에 대한 수출상담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 등 메콩강 지역 수로개발과 대단위 농지계량 및 조성사업등으로 농산물 생산증가에 따른 수분측정기기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수출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 연말까지 계측기기 수출목표인 3억3천3백50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계측기기연구조합관계자는 국산 계측기기의 수출활성화 관련 『중국, 대만의 추격을 받고 있는 중저가의 저급 제품 생산에서 탈피, 고부가가치형의 초정밀급 고성능기기의 국산화 및 연구개발이 절실하다』고 밝힌다. 이와함께 『국가가 인정하는 인증마크, 형식승인을 획득한 계측기기는 국가간 상호 인정하는 제도적 협약을 체결, 일본, 유럽 등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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