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월드컵 교훈과 케이블TV

元載淵 미래케이블TV 대표

우리 축구가 전국민의 관심 속에서 월드컵 최종예선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제대로 풀리지 않는 정치와 추락하고 있는 경제에 답답함을 느끼던 온 국민에게 모처럼 살맛나는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과거 멕시코나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 참가 때의 대표진 전력과 비교한 데 따른 것이었다. 실제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과의 전적이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세계 랭킹에서 나타난 우리 축구는 우려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새로 부임한 차범근 감독은 월드컵 최종 지역예선에서 선수들의 실력을 1백20%까지 끌어올려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물론 운이 따르지 않았거나 열화와 같은 국민적 성원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축구가 조 선두로 프랑스 월드컵 직행을 노릴 수 있었던 데에는 차 감독의 리더쉽 및 치밀함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수선발, 상대팀의 강약점 파악, 컴퓨터 시뮬레이션, 지피지기에 기초한 빈틈없는 전략수립 등은 차 감독의 특색이다.

케이블TV업계도 차 감독과 같은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영입한다면 단기간내에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물론 케이블TV산업은 관리해야 할 범위가 훨씬 크며 산업구조 또한 복잡다단하여 축구대표팀과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케이블TV는 삼분할 체제에서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심심치 않게 충돌하고 있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앞서는 환경에서 정치적 변수도 의식해야 한다. 축구처럼 선수들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는 추진력 있는 리더쉽이 가능하지 않은 환경이다.

그러나 케이블TV가 차 감독을 눈여겨 볼 대목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에서의 오랜 선수생활 및 지도자 교육과정, 이를 통한 선진축구의 충분한 이해, 국내 프로축구 감독으로서의 경험 축적 등은 차 감독이 선진축구를 우리 실정에 맞게 소화할 수 있는 주요한 변수라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천연 잔디구장의 절대부족, 유소년 축구의 체계적인 육성관리 등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 있다. 이들 문제의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 한 차 감독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할 수 있다. 지역예선과 같은 비슷한 수준의 팀들과의 경기에서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케이블TV도 월드컵 대표팀의 사례를 교훈삼아 단기적으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중장기적으로도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단편적인 현상에 집착하고 구습에 눌러앉아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케이블TV는 2백20여만의 시청가구와 80만에 육박하는 유료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료가입자의 수치만 하더라도 유료방송 3년만에 방송대상가구 대비 9.5%이며 가입률은 홈패스가구 대비 13.0%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외국과 비교해도 양호한 실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또 따른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축구가 새로운 전략으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듯이 케이블TV산업도 더욱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을 수립해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할 상황이다. 방송통신분야가 무한경쟁체제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우리 환경에 맞는 미래지향적인 여건 조성이 필요하며 사업자들은 더욱 합리적인 경영으로 기본 발전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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