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62)

『여보세요?』

『아, 저예요. 위성관제소예요.』

『그래, 알아보았소?』

『네, 알아봤어요. 커스터머 칩이에요.』

『커스터머 칩이라면 일반적인 칩이 아니라 특수한 칩이라는 말이오?』

『네, 특수한 곳에 사용하기 위해 제조된 고객 주문형 칩으로 일본에서 만들었어요.』

『일본?』

『네, 일본에서 만든 것으로 위성에는 1호와 2호 위성에 각각 한 개씩 사용됐어요.』

『어떤 역할을 하는 칩이오?』

『CPU의 메인 칩이에요. 여러 개를 쓰는 대신 한 개의 칩에 다양한 기능을 통합시켜 회로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칩이에요.』

『칩의 고유번호를 알아냈소?』

『네, 메모하세요.』

김지호 실장은 은옥이 불러 주는 칩의 고유번호를 메모했다.

여섯 자리, 16진수의 여섯 자리로 되어 있었다.

『당신, 오늘 어떻게 하겠소?』

『저도 여기서 대기해야 할 것 같아요.』

『알았소, 오늘 아침에 한 저녁 약속은 다음주에나 지킬 수 있을 것 같소.』

『걱정하지 마시고 마무리나 잘 지으세요.』

은옥과의 통화를 마친 김지호 실장은 연결보드에 꼽혀 밖으로 빠져 있는 메인보드에서 독수리가 새겨져 있는 칩을 찾았다. 독수리.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형상의 독수리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김지호 실장은 은옥이 불러준 번호와 독수리가 새겨져 있는 칩의 고유번호를 대조했다.

칩의 특성을 나타내는 첫째와 둘째 숫자가 같았다.

제조한 나라와 회사를 나타내는 셋째와 네번째의 숫자도 마찬가지. 제조번호를 나타내는 다섯번째와 여섯번째의 숫자도 똑같았다.

『김 박사, 이것 좀 보시오.』

김지호 실장은 계속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는 김창규 박사를 불렀다.

『김 박사, 독수리가 새겨진 이 칩과, 맨홀 화재와 동시에 방향이 틀어져 통신이 두절되었던 1호 위성과 2호 위성에 사용된 칩의 고유번호가 똑같소. 일본에서 만든 동일회사의 제품이오.』

『일본이오?』

『그렇소. 일본에서 만든 커스터머 칩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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