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러시아 컴퓨터 유통업계 합종연횡 활발

러시아 컴퓨터 유통업계에서는 요즈음 합종연횡이 성장을 위한 기본적인 전략 가운데 하나로 정착되고 있다.

합종연횡은 우리가 정치판에서 흔히 접해온 용어로 최근에는 실질적인 이익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간에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컴퓨터 유통업체들은 외국업체들과의 합종연횡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사활이 결정된다. 러시아 컴퓨터 유통업체들이 현재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회사를 설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러시아시장에서의 동등한 파트너로 자격을 전환하고, 궁극적으로는 독자적인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독립하는 순서를 밟는다. 「비스크」 「바르치야」 등의 컴퓨터업체들이 이러한 과정을 밟았거나 밟고 있는 회사들이며, 최근 패커드벨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나선 OCS 역시 이런 업체들 가운데 하나다.

컴퓨터 하드웨어 유통업체인 OCS는 최근 두 개의 협약에 서명했다. 하나는 러시아 PC시장의 리더인 컴팩사와의 제휴를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트설비 대형업체인 시스코시스템과의 파트너십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OCS는 협약 서명과 동시에 이전까지 참여하지 않았던 완제품 조립시장 진출을 선언, 단순한 상품판매자에서 더욱 높은 기술수준을 요구하는 시스템통합 생산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OCS는 원래 러시아에서 미국의 컴퓨터 생산업체인 패커드벨의 판매 전담 회사로 94년에 설립됐다. 패커드벨은 세계적 수준의 PC업체로 유명하지만 러시아에서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패커드벨은 지난 95년 러시아에서의 마케팅정책과 이익 확보를 위한 모든 권리를 자신의 러시아 판매대행사인 OCS측에 넘겨 주었다. OCS는 패커드벨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급성장했으나 그 과정에서 OCS는 패커드벨의 단순 대리점 역할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이같은 전략이 성공해 OCS는 현재 스리콤, APD, 휴랫패커드(HP), 오메가와 베르바림의 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컴팩과 시스코의 이름이 첨가된 것이다.

물론 OCS가 단순히 파트너 명단만을 늘린 것은 아니다. OCS의 꾸준한 파트너 확대는 궁극적으로 시스템통합과 조립생산사업 진출을 위한 일정 수순이었다. OCS는 세트 및 시스템통합 부문이 앞으로 러시아 전체산업을 이끌어갈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HP, 컴팩, 시스코, 스리콤, APC의 상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이 회사 경영진들의 인식이었다.

지금까지 패커드벨의 현지 지사의 역할을 해온 OCS가 시스템통합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 패커드벨의 상품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했음이 분명하다. 더욱이 패커드벨의 컴퓨터들은 OCS의 판매매장인 「마르비」에서 서구의 다른 브랜드들보다 훨씬 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OCS의 다음 행보는 휴랫패커드, 컴팩사와의 제휴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OCS는 자신을 키워 준 패커드벨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만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한다 해도 그것은 철저한 명목상의 관계로만 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유통업체들은 외국업체와의 활발한 합종연횡을 통해 기반을 다져왔다. OCS의 경우도 이같은 러시아 유통업체들의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일정기간 더욱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강혜련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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