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함께 컴퓨터 마니아들은 컴퓨터음악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미디(MIDI:디지털 악기 상호간의 통신규약) 등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음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내에서 컴퓨터음악대회가 개최된다.
「제1회 한국컴퓨터음악대회」가 오는 24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제4회 서울컴퓨터음악축제」가 다음달 26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대학교,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분산개최될 예정이다. 이들 대회는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컴퓨터음악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두 대회를 개최하는 한국전자음악협회 황성호 회장(서울대 음대 교수)은 『최근에 미디시스템과 사운드카드의 보급 확산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음악을 만들어 즐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존 상업음악을 모델로 삼고 있어 모방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보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컴퓨터음악의 활성화를 위해 두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한다.
「제1회 한국컴퓨터음악대회」는 「자기의 사고에 기초한 자기만의 소리, 자기만의 음악」이라는 슬로건 아래 일반인들의 참여를 위한 일반 대중음악 부문과 기존 음악대학 전공학생들을 위한 실험음악 부문, 비디오와 오디오가 합성된 오디오비주얼 부문 등 세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대중음악 부문의 경우 중고생들의 참가유도를 위한 「사운드카드 부문」(PC용 사운드카드를 이용해 만든 음악)과 일반인들을 위한 「미디부문」(신시사이저, 미디시스템으로 만든 음악), 「일렉트로 어쿠스틱 부문」(클래식 악기의 무대실연에 맞춰 컴퓨터음악이 협연하는 장르)으로 나뉘며 실험음악 부문도 사운드카드 부문만을 제외하고는 동일하다.
지난 8월말 총 1백56편의 작품이 접수돼 심사를 거쳐 실험음악 부문에 김미정의 「회기」 등 6편, 대중음악 부문에 김기완의 「Black City」 등 5편, 오디오비주얼 부문에 김윤철, 신승식의 「면적을 공유하는 시간」 등 총 15작품이 결선 진출작으로 선정됐다.
협회측은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응모돼 첫 대회로서는 좋은 결과라고 생각되지만 협회의 취지에 미치지 않는 가요와 댄스풍의 작품들이 많아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94년에 처음 개최된 이후 국내 컴퓨터음악 발표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서울컴퓨터음악제(CMFS)는 국내 행사적 성격을 「제1회 한국컴퓨터음악대회」에 물려주고 올해부터는 국제행사로 탈바꿈한다.
특히 한국전자음악협회는 이번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 공고 및 접수를 세계 주요 컴퓨터음악 사이트에 링크시켜 알리는 등 인터넷을 통해 독일, 덴마크, 미국 등 14개국에서 1백여편의 작품을 접수했다.
이 중 국내 작곡가들의 최종심사를 거쳐 총 11개국의 28작품이 선정됐는데 △일렉트로 어쿠스틱 뮤직 △라이브 일렉트로닉 뮤직(센서나 실시간 제어를 통한 컴퓨터음악) △뮤직비디오의 세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특히 이 중에는 세계컴퓨터 음악협회의 알렌 스트레인지 회장, 뉴잉글랜드 컴퓨터음악협회 오토 라스케 회장, 일본컴퓨터음악협회의 카주오 우에하라 회장을 비롯해 컴퓨터음악계의 주요 작곡가들의 작품이 망라돼 있어 컴퓨터 마니아들에게 세계 정상급의 컴퓨터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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