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55)

김지호 실장의 다급한 말에 은옥도 빠르게 대답했다.

『알았어요. 확인해서 전화드릴게요.』

『만일 그 칩의 고유번호가 파악되거든 어느 나라 어디에서 만든 것인가도 확인해줘요.』

『고유번화만 찾으면 그것은 바로 가능해요.』

은옥과 전화를 끊은 김지호 실장은 CPU 커버를 연 채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김창규 박사를 바라보았다.

연결보드를 이용해 메인보드를 밖으로 뽑아낸 후 테스터로 보드 각 포인트를 점검하고 있었다. 능숙한 손놀림. 하지만 김지호 실장의 눈에는 독수리가 그려져 있는 그 칩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독수리.

프로테우스의 간을 후비는 독수리.

금방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파고들 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1호 위성 제작과정에서 은옥이 감지한 느낌과 자신의 느낌이 동일한 형상의 독수리로 다가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느낌으로 김지호 실장은 그 독수리의 형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맨홀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 16:00.

자동절체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도 같은 시각.

위성도 마찬가지. 이것을 우연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사항이다. 누군가의 의도에 의한 결과처럼 느껴졌다. 정상적인 상황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

결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고의로 만들어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다른 사용자들에게 퍼뜨린다. 특히 자동절체시스템에 감염된 트로이의 목마 바이러스는 고의성이 없이는 침투될 수 없는 바이러스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감염경로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사에 의한 감염이다. 소프트웨어는 불법 복사되면서 여러 사람들의 컴퓨터를 거치게 된다. 따라서 도중에 어떤 사람이 고의로 프로그램을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다음 사람에게 복사해 주거나, 자신의 컴퓨터가 감염된 사실을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프로그램을 복사해 주어 바이러스가 감염되게 된다.

하지만 자동절체시스템의 프로그램은 복사과정이 있을 수 없다. 유일하게 이곳 통제실에서만 운용되고 있다.

김지호 실장은 다시 한 번 그 칩에 새겨진 독수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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