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고급두뇌 유치도 좋지만…

전자 대기업들이 정보가전, 멀티미디어, 정보통신, 반도체 분야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 유럽을 비롯,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석, 박사 등 고급 연구개발 인력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최근 전자산업이 다양화함에 따라 신규 사업영역이 지속적으로 급팽창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의 고급두뇌 유치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전자업체들은 벌써 수년 전부터 해외의 연구소, 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연구인력을 유치해왔다. 단지 이번 전자 대기업들의 해외인력 유치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산업규모의 급격한 팽창에 따라 인력유치가 그만큼 다양해지고 활발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유능한 해외인력 유치는 경제 3요소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인력에 대한 투자없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는 어렵다. 더욱이 빠른 전자산업 발전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적지 않게 효율적일 것이다.

특히 그동안 첨단분야일수록 경쟁사의 인력을 빼내는 일이 잦아 분쟁이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해외인력 유치는 여러가지 점에서 소망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이번 전자업체들의 행태에는 이쉬움이 남는다. 왜 매년 이처럼 해외에서 인력을 영입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해외인력 영입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인력을 유치하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또 그들이 성공적으로 국내에 정착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외국과는 다른 기업문화나 높은 주택가격 등을 견디지 못해 다시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해외에서 쌓은 경험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회사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도 많지만 이들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 때문에 국내 연구원들의 위화감을 사기도 한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겠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필요한 인력을 해외서 초빙하기는커녕 연구원들이 제발로 걸어들어 온다. 우리가 해외의 외국인력이 스스로 찾아와 근무를 희망하도록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한국인을 외국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 뺏기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필요한 고급인력을 국내에서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겠다.

특히 중소기업체들의 인력부족 현상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직 인력도 크게 부족하지만 특히 기술직 인력은 매년 6백∼9백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이 통상산업부의 전망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그나마 외국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할 수 있는 대기업은 그래도 낫지만 그것이 여의치 못한 중소기업은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인력수급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기술인력을 배출해야 한다. 기업 현장에선 필요한 인력확보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졸 고급인력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정부나 대학의 잘못된 인력수급 정책이 한몫을 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산업을 정확하게 전망하고 이에 따른 인력규모를 가늠, 공급할 때만이 해외에서 땜 방식으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깰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기술대학에 의존, 고급 기술인력이 제대로 수급되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전문인력 또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교육을 개혁하는 일이다. 박사급 이상의 고급 연구인력은 전체의 75%가 대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하겠다. 대학교수들의 강의부담을 덜어주어 연구기능이 활성화되도록 정책지원이 따라야 하겠다. 연구교수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학구조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산업계도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풍토를 조성, 연구인력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시각에서 육성하고 자체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뽑아쓴다는 것은 결국 고비용 산업구조의 답습으로 연구개발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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