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컬러팩스 시대가 온다

컬러 팩시밀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출력물의 완전한 컬러화」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면서 사무자동화(OA)기기 업체 중심으로 컬러 팩시밀리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OA기기 업체들은 현재 프린팅이나 스캐닝, 복사과정에서 컬러화가 가능한 다기능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팩스만큼은 예외로, 팩스의 컬러화가 요원한 점이 완전한 복합 컬러 OA기기의 등장을 늦추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에 따라 이미 오래 전에 컬러 프린팅, 스캐닝, 복사기능을 한데 묶은 OA기기가 선보인 것과는 달리 컬러 팩스기능이 부가된 복합 OA기기의 등장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이 이같은 개념의 장벽을 뛰어넘으면서 컬러 팩스는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팩시밀리의 컬러화는 과거 흑백TV가 컬러TV로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를 갖는다. 상징적으로는 정보기기 중에서 마지막 남은 흑백분야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고 현실에서는 소비패턴부터 시작해 산업 전반은 물론 인간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단색으로 나오던 팩스문서들이 색상을 갖고 출력될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지금까지 팩스문서 상에서 흰색에서 연한 회색, 진한 회색, 검은 색 등 무채색 실루엣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자동차, 의상들이 제 색깔을 찾게 된다.

제품구매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수사기관에서 용의자를 찾고자 할 때도 흑백 사진과 동시에 보내지던 피부 색, 머리 색, 눈동자 색 등의 덧붙여진 문자정보가 필요없게 된다. 여행사에서 팩스로 보내는 관광지 사진도 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팩시밀리의 컬러화는 영화, TV, 카메라, 프린터 컬러화의 뒤를 잇는 것으로,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출력부문 기기들이 거의 컬러화된다는 의미를 띤다.

팩스의 컬러화를 진척시켜온 OA기기 업체들은 팩스의 컬러화가 곧바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건이 성숙돼 시장전망만 분명해진다면 업체들은 언제라도 컬러 팩스를 출시할 태세다.

컬러 팩스용 소프트웨어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콤프레센트사는 내달 컬러 팩스용 소프트웨어 크로마팩스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는 PC대 팩스의 컬러 출력도 가능하다.

더욱이 조만간 국제 전기통신연합(ITU)이 컬러 팩시밀리 표준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팩스의 컬러화는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팩스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 컬러 팩스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 휴렛패커드(HP)사는 프린팅, 스캐닝, 복사를 컬러로 할 수 있는 복합 OA기기 시장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고 밝힌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HP는 컬러 팩스 전송이 흑백 팩스 전송에 비해 비용이 높아 소비자들이 선택을 꺼릴 것이고, 또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없다면 가까운 시일안에 팩스의 해상도가 개선될 리 없다고 잘라 말한다.

반면 미 제록스사는 기술의 발달로 이들 기능이 통합되면 기술적 한계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홈센터」라는 복합 OA기기를 출시한 제록스는 현재 팩스기능을 제외한 모든 출력이 컬러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는 팩스의 컬러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컬러 팩스는 소홀히 취급될 수 없는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팩스가 인터넷과 결합하면 팩스의 컬러화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지적이 최근 들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을 들어 통신서비스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을 통한 국제 팩스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팩스의 컬러화는 미래에 당연한 추세가 될 것이다.

어쨌든 팩시밀리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컬러 팩스는 아직 태동기로, 시장여건이 성숙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든 단말기들이 컬러화되고 있는데 팩스만이 흑백시대에 머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컬러 팩스의 보편화는 자명한 셈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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