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한글은 세계 어떤 문자와 겨루더라도 우수한 문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기계 번역차원에서 한글을 접근해 볼 때는 우리나라 말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혁신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오는 9일은 한글 반포 5백51주년이 되는 날. 정보화시대가 도래하고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를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국어」의 국제화가 필연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학교 자연어처리연구실에서 국어와 외국어간의 번역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김영택 교수는 우리나라 말에 대한 역사적 차원의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 교수가 가장 시급하다고 밝힌 부분이 어휘의 부족현상.
『국어의 경우는 하다라는 동사를 빼고는 동사 하나가 20여개의 의미로 사용되는 현상이 허다합니다. 동음이의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번역하기도 어렵고 외국어로 번역해 정확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힘들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사의 경우에는 우리말을 찾고자하는 노력만 있었을 뿐 체계적인 연구가 없어 대부분 한자를 사용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다 띄어쓰기를 부정확하게 사용함으로써 의미가 곡해되는 현상 등도 우리말이 갖고 있는 단점 중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또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번역소프트웨어가 의도한 만큼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국어가 갖고 있는 동사의 범용적인 사용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라고.
일본어의 경우에는 띄어쓰기가 없으면서도 중요한 단어는 모두 한자로 처리함으로써 용어선정과 의미전달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에는 제한된 어휘로 생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우수한 사고와 문화를 축적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김 교수는 일본이 근대화 초기, 즉 명치유신 때 일본어 개혁과 같은 형태의 우리말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은 명치유신 때 일본어의 문법체계와 용법을 완전하게 개선함으로써 언어의 부정확성이나 모호함을 제고시킨 전례가 있다고 한다.
김 교수가 밝히는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폭넓은 한자의 수용을 들 수 있다. 뜻글자인 한자를 동사에 붙여 사용함으로써 의미를 보다 「적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는 한자교육을 더욱 강화해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말들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이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다. 3년여의 연구 끝에 85년 논문을 발표하면서 한글과 외국어간의 번역문제가 도래할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다만 김 교수는 한국어를 연구하는 주체가 한국이 아닌 일본과 미국에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개탄한다.
『현재 발표돼 있는 번역소프트웨어, 특히 일한 번역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개발된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을 상징하는 말 자체도 일본인들이나 미국인들에 의해 연구되고 상품화된다는 이야깁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자연어처리연구실이 95년 개발했던 번역소프트웨어 「앙코르」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밝혔다. 앙코르의 개발비는 대부분이 일본 IBM과의 협의를 거친 한국 IBM이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 초기 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실의 번역 연구활동이 한국일보 영자판에 실림으로써 한국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던 일본의 IBM이 이 분야에 먼저 관심을 갖고 개발비지원 및 개발인력 파견을 의뢰해 왔던 것.
국내에서는 관심조차 없던 외국어 번역 소프트웨어는 탄생초기부터 사업성을 예견한 일본 미국인들의 자본에 의해 개발돼야 하는 안타까움을 맛보아야 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때문에 한국을 상징하는 「한국어」에 관해서는 국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와 민간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미 영한, 한영, 일한, 한일 번역 소프트웨어가 일본과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국내시장을 파고들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혼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언어가 다른 나라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도 민족의 자긍심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어정보화와 관련된 각종 지원, 연구체계가 다분히 「정치논리」로 처리됨으로 인해 뜻있는 연구활동이 사장돼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김 교수는 한국어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규모가 작고 관심도가 낮은 국내시장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이 분야에 관심많은 미국시장을 목표로 한 제품이다. 이미 구체적으로 연구성과가 진전된 상태로 내년중반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는 실질적인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보다 정확하게 한국어를 표현해 낼 수 있는 방안들을 연구해 나갈 예정이다.
<이규태기자>
김교수 약력
1935년 출생
1963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1968년 미국 유타대학교 공학박사
1971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1979년 퍼듀대학교, 예일대학교 교환교수
1981년 한국정보과학회 회장
1990년 한국인지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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