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52)

김창규 박사가 계속 말을 이었다.

『다른 트로이의 목마와는 달리 이 자동절체시스템에 침투되고 있는 바이러스는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바이러스처럼 보여요.』

『그렇다면 이 시스템의 운용프로그램 어딘가에서 바이러스가 생성되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소. 하드웨어적인 바이러스일 수가 있소.』

『그 이야기는 김 박사가 만들었다는 것과 같지 않소?』

『그래요. 내가 바이러스를 만들어 넣었다는 이야기가 돼요. 그만큼 고도의 능력이 투입되었어요.』

『이 자동절체시스템이 지금까지 이상 없이 운용된 것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하지요?』

『기본 운용프로그램에 바이러스가 숨어 있다는 것은 가정이 불가능해요. 있을 수 있는 사항이 아니요. 프로그램이 완성된 후에 부가적으로 바이러스를 침투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가 마련된 것 같아요.』

『하드웨어?』

『그렇소. 그것 밖에는 가정이 성립되지 않아요. 김 실장. 혹시 최근에 시스템 수리한 적 없죠?』

『없었소. 특히 하드웨어 수리한 적은 없었소.』

『이 시스템이 설치된 지 이제 1년이 지났지요?』

『그렇소. 1년 동안 한번도 고장이 발생하지 않았소. 보드 한 장 갈아끼운 것이 없었소.』

『김 실장, 일단 프로그램을 읽어보아야 하겠소. 조금 시간이 걸릴 거요. 내가 예측한 대로 일반 트로이의 목마 바이러스에 갑옷형 바이러스가 추가 된 것 같소. 그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치료하기 위한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오.』

『알겠소. 지금 상황에서 자동절체시스템의 활용성은 없소. 이미 수동으로 절체가 끝난 상황이고, 맨홀 속 케이블 복구작업이 끝난 후 다시 원상복구할 때 필요하게 될 것이오.』

『알았소. 얼마만큼 복잡한 프로그램으로 바이러스가 작성되었는지는 확인해 보아야 하겠지만 별 문제 없을 거요. 시간이 필요할 뿐이요.』

김창규 박사는 다시 컴퓨터를 통해 여러 가지 데이터를 확인했다.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의 내용 파악을 마친 김창규 박사는 자동절체시스템의 전원을 껐다. 그리고 CPU의 커버를 벗겨냈다. 상당히 큰 보드들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각종 칩이 수없이 꽂혀 있는 각각의 보드.

그중의 한 보드에 꽂혀 있는 칩에 독수리가 새겨져 있었다.

눈을 부릅뜬 독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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