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인 프로듀스 팔레스 인터내셔널은 자사에 컴퓨터시스템을 공급한 일본 테크사의 미국 법인인 테크아메리카를 상대로 1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테크아메리카로부터 컴퓨터를 도입했는데 유효기간이 2000년인 고객의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컴퓨터시스템 전체가 다운되는 피해가 빈발함에 따라 테크측에 대응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미온적인 자세를 보여 소송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 일은 컴퓨터가 연도의 끝자리 두개만 인식, 오는 2000년을 1900년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처럼 「컴퓨터의 착각」에 따라 문제가 발생, 소송에까지 이른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는 연도 인식을 이와 같이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문제는 앞으로 업계는 물론 의료보험, 은행, 연금공단, 전화회사, 관공서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잘못된 계산은 물론이고 때로는 업무가 완전히 마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전세계 국가들은 이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IBM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가 2000년 1월1일이 1900년 1월 1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컴퓨터에 이해시키는데 2백20조원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문제를 거의 한결같이 「2000년 문제」라고 일컫는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쓰고 있지만 미국은 「2000년 문제」 외에도 「2000년 프로그래밍 문제」 「2000년 버그」 등 비교적 다양하게 지칭하고 있다. 어떤 일이 문제가 될 경우 사안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어감이 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줄곧 「2000년 문제」라고 쓰는 것은 그 표현이 적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겠다. 더욱이 그것은 희망의 세기가 돼야 할 다가올 2000년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파생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각종 부정적인 예언으로 인해 금세기말인 1999년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연도인식 잘못으로 테크노피아의 상징이 되어야 할 컴퓨터가 2000년에 문제를 일으키는 애물단지쯤으로 여겨지는 것은 정보사회나 정보산업 발전에 이로울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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