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만하면 되살아나곤 하는 컴퓨터통신 검열문제가 이번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로 다시 한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몇 차례 컴퓨터통신 내용을 검열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 또는 백지화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인 「검열의지」를 표시, 다시 한번 통신 토론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컴퓨터통신을 통해 대통령 후보자 및 그 가족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비난을 하는 사람은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의뢰할 수 있고 그 내용은 통신업체의 협조를 얻어 삭제한다는 것이다.
특히 선관위의 방침 중에는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 혹은 비판과 관련된 의사표현까지도 문제 삼을 수 있어 매우 포괄적인 검열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선관위가 언론을 통해 제시한 컴퓨터통신을 통한 선거법 위반사례는 「병역기피 정당에게 어떻게 나라의 장래를 맡기겠어요」 「모씨가 당선되면 분명히 한풀이를 할 것이다」 「모씨는 충청도에 x칠을 했다」 「시장 자리를 개뼈다귀처럼 차버렸다」 등이다.
선관위는 이같은 내용의 글들이 게재되는 통신 사업자에게는 삭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이미 발송했고 심할 경우 해당 네티즌의 신원을 확인, 수사 의뢰도 불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엄정한 선거관리의 책무를 맡고 있는 선관위가 새로운 「비제도권 언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컴퓨터통신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선관위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주요 통신망에서는 잇따라 이에 관한 토론방이 개설되고 네티즌들의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네티즌들이 토론방에 올리는 내용은 물론 「선관위의 시대착오적인 통신검열」에 대한 항의가 압도적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발상이 가능한가』 하는 개탄조에서부터 『민주주의 한다는 대한민국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차라리 이민가겠다』는 분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지난번 총선에서 이같은 문제로 2명이 구속되는 불상사를 지켜보았고 당시에도 선관위에 관련 사안을 따지는 서한을 보냈고 답변서도 받았다는 한 네티즌은 이번에도 그 부당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실제로 많는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토론방 이외에도 선관위 사이트에 접속, 이들과 본격적인 토론을 벌이거나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웬일인지 선관위 사이트들은 모두 「가동중단상태」다.
일부에서는 평소에도 토론방 이용시 비어나 속어 혹은 저질 인신공격성 표현이 많음을 감안할 때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일정수준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절대 다수의 목소리에 묻히고 있는 형편이다.
컴퓨터통신은 사용인구가 2백만명이 훨씬 넘고 대다수는 여론 전파력이 강한 학생, 전문직 회사원들이다. 이들은 제도 언론이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을 사이버 여론광장을 통해 전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더구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정부가 컴퓨터통신 내용을 검열, 제재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얼마전 미국 대법원의 판결로 사이버 공간은 가장 자유롭고 열린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선거는 어차피 시끄러울 수밖에 없고 특히 중앙선관위의 제재 수위가 매우 막연하고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문제는 단순히 네티즌들의 저항을 넘어 컴퓨터통신의 기본권 수호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검열반대 서명운동에 즉각 돌입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감정이 섞인 글을 올리는 네티즌도 있지만 선관위 내용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따지는 논리적 반대 의견자도 많다.
특히 그가 올린 글에는 이번 검열방침을 발표한 이후 각 통신망에 개설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의 화면이 실려 있다. 모두 「서비스 잠시 중단」이나 개설 준비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택 기자>
많이 본 뉴스
-
1
이재명 “AI 투자 위한 추경 편성하자…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
2
천장 공사없이 시스템에어컨 설치…삼성전자, 인테리어핏 키트 출시
-
3
“너무 거절했나”... 알박기 실패한 中 할아버지의 후회
-
4
캐나다·멕시코·中에 관세부과…트럼프, 무역전쟁 개시
-
5
우리은행, 베트남에 'K-뱅킹 이식'…현지 빅테크·핀테크 와 경쟁
-
6
올가을 출시 아이폰17… '루머의 루머의 루머'
-
7
에스오에스랩-동운아나텍, 라이다 협약 체결…'8조 항만 자동화장비 시장' 공략
-
8
오픈AI, 추론 소형 모델 'o3 미니' 출시… AI 경쟁 가열
-
9
화성시, 19.8MW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상업운전 돌입
-
10
광주시, 2025 동계 대학생 일자리 사업 성공적 종료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