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목마 형태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95년경이었다. 같은 시기에 소스가 공개되었지만, 해당 소스가 변형되어 또다른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
당시 발견된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는 부팅만 시켜도 감염이 되는 것으로 그 전파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아무리 변형된다 해도 일반 컴퓨터에만 침입이 가능했을 뿐, 자동절체시스템과 같은 대형 컴퓨터에는 침투가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 치료방법도 간단하여 백신으로 해당 파일을 삭제하면 그것으로 치료를 끝낼 수 있었다.
김창규 박사는 늘 그렇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데이터가 입력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이러스가 저절로 생기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모든 컴퓨터 바이러스는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만들어진다.
누구일까. 컴퓨터 바이러스 제작자들은 일부 밝혀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또한 바이러스를 제작한 사람이 밝혀진다 해도 데이터를 직접 파괴하지 않으면 별다른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으며, 국적 불명인 것은 파악이 더 어렵다.
누굴까. 누가 바이러스를 자동절체시스템에 침투시켰을까. 게임의 대상은 누구일까. 무엇 때문에 자동절체시스템을 대상으로 했을까. 김창규 박사는 다시 한 번 안경을 치켜올리며 데이터가 입력되는 과정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련된 책자에서 본 자료를 떠올렸다. 어떤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만드는가를 설명한 내용이었다.
첫번째 부류는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이다. 학생인 경우 성적도 좋고 일반인의 경우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으며 친구들도 많은 사람들로, 장난삼아 또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든다.
두 번째 부류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사람들이다. 성적도 좋지 않고 사회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채 컴퓨터에만 몰두하는 사람으로,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으려고 한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통해 열등감이나 피해의식을 보상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세 번째 부류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이것은 매우 고도화된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치료에도 어려움을 겪지만, 그 바이러스 제작에 대한 이유와 대상, 목적을 분명히 갖는 바이러스이다.
분명한 대상과 목적을 가지고 제작된 바이러스.
그것은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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