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특집] 정보화 인프라 이대로 좋은가 (3)

기업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 체질로 개선하는 데 으뜸가는 처방은 기업정보화의 완성이다. 기업정보화를 이루는 두 축은 업무환경을 네트워크화하는 전산시스템 구축과 구축된 시스템의 활용이다.

결국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업무에 활용해야 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기업들은 80년대부터 기업정보화의 두 바퀴를 균형있게 운영하며 대내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제 막 기업정보화에 눈을 뜬 상태며 그나마 환경 미성숙과 마인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기업들이 하루바삐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업정보화가 국가경쟁력 제고에 필수요소라는 점을 인식, 환경을 무르익게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정보화는 국가경쟁력 제고의 필수요소다. 국가경영에 필요한 모든 요소, 정보를 정보화의 틀 속에 담아놓을 경우 그로부터 발생하는 경쟁력은 지금까지 규모로 결정되던 국력의 순위를 단번에 뒤바꿀 수 있는 힘으로 승화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포함, 각국이 정보화에 노력과 열정을 쏟는 것도 정보화의 중요성을 파악한 데서 비롯된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한 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보다 작은 규모의 경영을 펼치고 있는 기업에도 정보화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다.

정보화는 「고비용 저효율」로 인해 쉽게 부서지는 기업의 몸을 대내외적으로 경쟁력있는 건강체질로 바꾸는 데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기업을 안팎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한다. 예를 들어보자. 국내에서 수출입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서류는 대략 30여가지로 분류된다. 신용장 개설에서부터 통관까지 필요한 서류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방대하다. 개인이 일일이 손으로 작성해 관련 기관에 넘기기까지 필요한 기간은 대략 2주 걸린다. 인건비까지 포함시키면 비용 역시 상당하다.

이를 전산화해 처리할 경우 2~3일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보화의 필요성을 실감있게 설명하는 사례다. 정보화에 뿌리를 두지 않은 기업의 경우 비용과 인력의 낭비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것이다. 정보화는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의 구조로 바꾸는데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기업들이 정보화에 투자하는 액수가 천문학적이라는 사실은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매우 낮다.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보다 사정이 약간 나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체적인 수준의 기업정보화는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화의 기초는 전산화다. 물론 전산화는 각종 자원의 네트워크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올해초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네트워크 구축률은 47% 정도. 90%를 넘어선 선진국의 기업들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다.

특히 이 수치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 견줄 때 더욱 초라하다. 대기업 위주로 편성된 철강업의 경우 일본기업의 PC 보급대수를 1백으로 했을 때 국내 철강 기업들의 PC 보급률은 1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직원 1명에 PC 1대 보급을 구호로만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네트워크환경 마련도 제조, 생산 분야보다는 일반업무에 편중된 상태다.

중소기업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최근 정보통신업체인 한국기업전산원이 서울, 경기 지역에 주로 위치한 매출액 3백억 내외의 중소기업 3백9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의 PC 보유 평균대수는 7.3대, 근거리통신망(LAN) 구축업체는 4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PC를 5대 이하로 보유하고 있는 1백92개 업체는 LAN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그나마 20대 이상의 PC를 보유하고 있는 31개 업체 가운데서도 절반이 조금 넘는 18개 업체만이 LAN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제2의 도시인 부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산업기술정보원 부산지역정보센터는 올해 초 부산지역의 1백4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보화 인지도」 조사결과, LAN을 구축한 업체는 25% 정도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는 22.9%로 나타났으며 홈페이지 구축도 10% 정도에 불과해 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높은 편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사업체수의 경우 전체의 99%, 종업원수는 전체의 70% 정도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생산액 역시 54%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중소기업 의존도가 높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볼 때 국내 기업들의 정보화 수준은 열악을 뛰어넘어 경악할 정도다. 정보화에 따른 경쟁력 제고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화를 이루는 축은 전산환경 구비 외에 마련된 전산환경의 활용이다. PC를 구입해 놓고도 워드프로세서 정도로만 취급한다면 정보화의 완성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산원이 발간한 97년도 정보화백서에 따르면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을 마련한 대기업 가운데 이를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66%에 이르러 비교적 만족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역시 분야별 활용도를 따져 보면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정보시스템의 활용분야를 업무성격별로 살펴보면 인사, 급여, 경리, 재무 분야가 가장 높았고 이어서 구매, 자재 관리, 영업, 마케팅 등이 차지하고 있다. 기획, 조사나 경영관리, 기업간 정보교환, 정보검색 등의 분야에 대한 활용도는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은 정보시스템이 단순히 문서관리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웨어, 인트라넷, 웹,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등 고도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데까지는 아직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사, 급여 업무에 정보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는 전체 사용량의 18%를 기록, 가장 높았으며 경리, 재무 분야는 17%, 문서작성, 전달에는 14%를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정보화 전담부서를 설치한 기업도 20%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보화는 경쟁력확보의 열쇠다. 그것은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들에게 해당하는 당위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정보화 열기는 뜨겁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정보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정보화에 힘을 쏟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정보화에 대한 마인드 부족일 수 있고 정보화를 추진할 정도로 환경이 성숙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기업은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경쟁력은 곧바로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모든 기업이 자력으로 정보화를 추진할 수는 없다는 점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우선 필요한 것은 지도기관을 육성하는 일이다. 대기업은 차치하더라도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을 위한 기관을 설립, 이들의 정보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보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각 분야별로 업종에 맞는 정보화의 모습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정보화 관련 인력의 양성에 매진해야 한다. 현재 정보통신 전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인력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트워크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정보화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제대로 해석하고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은 태부족이다. 기존 교육기관에 전문과정을 신설하거나 정부 주도로 전문인력 양성소를 세우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실행에 옮기는 일은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손해다.

<이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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