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백85회 국회가 개회됐다. 많은 사건들로 이번 국회는 여느해보다도 많은 논쟁과 공방이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부총재라는 직함보다는 재야운동가로 더 이름이 나 있는 이부영 의원은 바쁜 일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얼굴에서조차 피곤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 부총재로서의 역할도 보통일이 아니지만 국회 통신과학기술위원회(통과위) 위원으로서, 종군위안부나 핵폐기물 사건 해결을 위한 재야운동가로서 그에게 놓여진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처럼 많은 사건과 사람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민감한 반응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그가 정보화에 대해 내린 정의는 「질(質)과 시간의 산업」이다. 외형적으로 큰 것은 질적으로 우수하면서도 작게, 긴 시간을 요했던 일은 짧게, 전세계도 지구촌으로 축소시키는 과정이 바로 정보화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는 젊은이들이 세계로 눈을 돌릴 수 있는 도구로 이 과정을 잘 활용할 때 참다운 정보화가 구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PC통신 하이텔과 유니텔에 개인방을 운영하는 한편 국회서버에서 인터넷 홈페이지(www.assembly.go.kr/~bylee)를 운영하는 등 정보화에 대해 특히 많은 활동과 생각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 지나간 평가와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통과위에서 꼽는 올해의 쟁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98년 시장개방에 대비해 국내 통신사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올해에는 제2 시내 전화사업자가 선정됐고 시티폰, PCS 등 신규 서비스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주도의 인위적 경쟁촉진정책이 과연 내실있는 결과를 낳을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셀룰러폰과 PCS의 경우 지나친 과열경쟁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통신시장 전반에 지나친 거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해 진지하게 재평가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통과위가 그동안 해왔던 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여러가지 일들 중 초고속망사업의 계획수정과 통신위원회의 상설기구화, 과학기술특별법의 제정 등이 기억납니다. 초고속망사업의 경우 가입자 가정에 일괄적으로 광케이블을 포설한다는 계획보다는 WLL이나 LMDS 등 무선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PSTN망의 고도화를 통한 복합적인 망구축을 주장, 계획이 수정됐고 당초 45조원의 예산은 32조원으로 절감됐습니다. 사업기간도 2015년에서 2010년으로 앞당겼습니다. 또한 공정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중 하나로 통신위원회의 사무국이 설치되고 상설화된 것도 국회 통과위의 일관된 주장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제정된 한시입법인 과학기술특별법은 통과위가 만들어낸 작품으로 과학기술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이밖에도 많은 성과들이 있습니다.
-올해들어 정부가 발표한 정보화 정책 중 전시위주의 정책들이 많다고 지적되는데 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로 관(官) 주도의 정보화가 갖는 한계입니다. 정보화는 산업화와 달리 빠른 진행속도로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 변경할 수 있는 탄력성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관료조직의 한계로 그러한 유연성과 탄력성이 결여돼 있다고 봅니다. 폐기돼야 할 산업화시대의 유물인 성과지상주의도 아직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용자 측면에서 접근하는 정부의 정보화 정책이 아쉽습니다. 국민들에게 정보화의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하니까요.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이 손쉽고 간편하게 정보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기반이 마련돼야 합니다. 산업사회의 산물인 사회 각 분야의 관행과 법 제도를 정보사회에 적합하게 변화시켜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고 정부자체의 개혁과 법 제도의 개혁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젊은 벤처창업가들을 위해 어떤 입법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미디어밸리 건설을 위한 입법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모든 기업단위들의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미디어밸리가 제공토록 할 생각입니다.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 비춰 심사숙고해 봐야 할 일입니다. 현재 정보통신부에서 운용중인 정보화촉진 기금 등을 유망 벤처기업에 무담보, 무보증 대출해 줄 수 있도록 하는 운용상의 탄력성을 주장할 계획입니다.
-계층간 위화감 조성이나 빈익빈부익부의 가속 등 정보화의 역기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인력에 대한 신규수요는 창출되는 반면 산업사회적 인간형에게는 실업을 강요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입니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파생되는 전통적 노동인력의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직업군으로 흡수하기 위한 재교육과 사회 전반적인 직업구조의 개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 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히 준비중인 것이 있다면∥.
▲시장개방을 앞두고 내실 있는 경쟁력 강화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 주안점을 둘 생각입니다. 또한 상호접속 제도나 통과위의 활동, 통신요금의 자율화 등 공정경쟁의 여건조성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것입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콘텐츠산업이 제대로 육성되고 있는지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그밖에 출자기관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는 한국통신의 체질개선 문제도 반드시 지적해야 할 문제점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도 정치에 몸담고 있지만 사람들이 지나치게 정치에 몰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정치적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의 할 일을 망각한다면 국가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잘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약력>
1942년 서울 출생
1968년 동아일보 기자
1969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1974년 동아투위 대변인
1990년 재야운동가
1992년 민주당 부총재 및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1992~현재 제14대, 15대 국회의원 민주당 부총재 및 당무위원 국회 통과위원
<김윤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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