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부품업계 정보통신부품 시장서 한판 승부

한, 일 양국의 종합부품업체들이 정보통신용 부품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겨룬다.

양국의 종합부품업체들은 모두 21세기의 주력사업을 정보통신용 부품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변신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데다 특히 그동안 기술적으로나 생산규모면에서 일본에 한 발 뒤져왔던 국내 업체들이 정보통신용 부품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이를 만회한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업체들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무라타, 교세라, TDK, 마쓰시타, 알프스, 미쓰미 등 대부분의 일본 종합부품업체들이 정보통신용 부품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고 해외생산 확대, 연구개발(R&D)의 가속화 등을 중점 추진전략으로 채택, 이와 유사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업체들과 세계시장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의 무라타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세라믹필터, EMI필터 등 경쟁력 있는 부문의 사업확장과 함께 단일칩 초고주파집적회로(MMIC)를 비롯한 갈륨비소 소자, 자동차 관련 시스템부품 등 신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R&D 부문에 동시병행개발 체제를 도입하는 등 발빠른 R&D 체제를 구축하고 화학재료 기술개발과 미세가공, 세라믹, 고주파, 통신모듈 등 각종 기술을 통합하는 연구에 주력할 방침이다.

교세라는 휴대전화, 개인휴대단말기(PDA), PC, 네트워크용 등 정보통신용 부품과 ECU 등 자동차용 부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파인세라믹 부품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며 생산부문에 있어서는 기존 중국 상해, 인도네시아 공장을 중심으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에도 추가 진출하는 등 해외생산 비중을 높여 2000년에 연결매출실적 1조엔을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TDK는 R&D 체제를 강화, 신규사업을 적극 개척키로 하고 해외 제조거점내 R&D 기능 강화, 해외 연구기관과의 제휴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10년간의 중장기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마쓰시타 역시 2000년까지 가전부문 매출비중을 현재 38%에서 33%로 낮추는 대신 정보통신용 부품 매출비중을 20%에서 30%로 높여 정보통신용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 6천5백억엔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매출증가분을 신규사업에 재투자하고 해외 현지 R&D 체제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알프스도 프린터, FDD, 고주파 튜너, RF모듈레이터 등 기존제품 중 성장부문을 확대하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단말기용 송수신 유닛, 위성방송용 고주파부품, MR헤드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해외생산의 비중을 더욱 높여 2000년까지 50% 이상을 해외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또한 미쓰미는 CD롬드라이브 등 기존제품 이외에 2차전지용 IC, 스위치, 전원장치 등 이동통신용 부품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생산은 대부분 해외(97년 기준 85%)에서 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R&D 기능을 높이기 위해 현지공장의 R&D 수준을 단순개발에서 현지설계 수준까지 높이고 국내 기술의 해외이전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국내 종합부품업체들도 이들 일본업체와 비슷한 방향으로 변신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기, LG전자부품과 대우전자부품 등 국내 종합부품 3사는 이미 1, 2년 전부터 정보통신용 부품 전문업체로 탈바꿈한다는 내용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이를 하나씩 실현해 가고 있다.

삼성전기는 칩부품, 정보통신용부품, 자동차용 부품 등 소위 3C부품을 중심으로 오는 2000년에 매출 7조원을 달성, 세계 3위의 종합부품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온도보상형 수정발진기(TCXO), RF모듈을 비롯, 개인휴대통신(PCS), 무선LAN용 부품 등 각종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부품도 MMIC 등 이동통신용 부품, 케이블TV용 부품, 기록재생용 부품 등을 신규로 추진, 오는 2005년에는 매출액의 60%인 1조5천억원을 이 부문에서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전자부품 역시 오는 2000년에 총매출의 30%인 4천5백억원을 정보통신용 부품사업으로 달성하기로 하고 니켈-수소 및 리튬 등 2차전지, 전압제어발진기(VCO), RF모듈, 전력증폭기모듈(PAM), 저잡음증폭기(LNA) 등 각종 이동통신단말기 및 기지국용 부품 생산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본 부품업체들에 비해 한 단계 아래로 평가돼온 국내 부품업체들이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와 이에 따른 폭발적인 관련부품 수요증가라는 탄탄한 내수기반을 바탕으로 이 새로운 시장에서 「일본 따라잡기」가 가능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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