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초등학교 컴퓨터교육

文于椿 솔빛 공동대표

오는 2020년, 우리의 교육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모든 학교에는 컴퓨터와 통신시설이 완비되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풍족하게 공급될 것이다. 학생들은 컴퓨터를 통해 자기 능력과 수준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고, 단순 암기 위주의 교육형태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키우는데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교사는 지식전달자로 교단에 서는 것이 아니라 지식교육의 모니터로서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한편 실질적인 인성교육의 지휘자로 자리매김하게 될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정보화시대의 교육은 교실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열린 공간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도 위성, 인터넷, 케이블TV 등의 통신망을 통해 별도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누구든지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교육 수혜자의 폭도 엄청나게 확대된다. 학교, 학원을 비롯한 교육기관과 일반 사회단체에도 교육정보 시스템이 보급돼 유아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평생교육의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물론 기업에서도 여러 정보매체를 통해 고급인력 양성에 힘쓸 수 있게 된다.

이같은 교육환경은 꿈이 아니다. 이미 위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솔빛뿐만 아니라 많은 민간 교육기업이나 기업체에서 원격교육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도 교단선진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교육정보화에 힘을 쏟고 있다.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고 또 실현 가능성도 높아가고 있다.

이런 미래교육의 환경을 준비하는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먼저 교육정보화를 이끌어 갈 주역들을 육성하는데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그 하나가 초등학교 컴퓨터교육이다. 정보화 사회라고해서 모든 사람이 컴퓨터도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정보화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은 제공돼야 한다. 이는 현 초등학교의 의무교육 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들 학생이 일찍부터 정보화에 눈을 뜨고 이를 제대로 활용해 나간다면 미래 우리나라의 정보산업은 외국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바로 정보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바램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늘 안타까움을 던져준다. 초등학교 컴퓨터교육이 과연 제자리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느냐는 의문이 늘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초등학교 컴퓨터 시장을 두고 2백여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체가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늘 그렇듯 업체의 난립은 과당경쟁을 불러오고 종국에는 부실교육으로 결론난다. 교육의 질을 따지기에 앞서 시장점유를 위한 경쟁논리만이 업체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결과론일지 모르겠지만 민간기업들에 초등학교 정보화 교육을 개방한 지 불과 6개월도 안돼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고 도산해 버린 것이나 학교 현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불만의 목소리는 조율되지 않은 시장지배 논리의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측은 당연히 학생들과 학교다. 컴퓨터만 있고 가르칠 강사가 없는 곳도 허다하다. 그럴 경우 컴퓨터가 어린이들의 장난감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니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도 부실하기 짝이 없어 학생들이 쉬 흥미를 잃어 버리고 만다. 알에서 깨어난 새가 어미를 각인하듯 처음 컴퓨터에 접했던 어린이들이 컴퓨터에 대해 얼마나 친근해 질 수 있느냐가 정보화교육의 밑바탕임을 생각하면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주무부처도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 데 별로 효율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원론은 있는데 각론에 들어가면 뚜렷한 디렉토리가 없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점은 노출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시작이기 때문에 지금이 몹시도 중요하다.

정보사회를 지원하는 교육, 그 첫 단추인 초등학교 컴퓨터교육이 제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참교육을 위한 업계의 성찰과 주무부처의 조정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 부단한 연구도 요구된다.

업계, 학교, 교사, 학부모, 주무부처 모두가 다시금 머리를 맞대고 미래 정보사회 주역들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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