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계에 「대만 배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가격경쟁이 날로 심화돼 PCB 경쟁력의 3대 조건인 가격, 품질, 납기와 함께 「생산성」이 PCB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대만 PCB업체들의 실체를 파악, 이를 생산현장이나 내부관리 등 경영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물론 PCB업체들이 대만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나 최근엔 대만산 PCB장비 오퍼업체 등을 통해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 산업투어를 실시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행태로 바뀌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부 업체들은 아예 대만과 대만PCB업체를 세밀하게 연구, 분석하는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구성했다.
최근들어서는 특히 국내 PCB업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대만과 부딪혀 가격, 품질, 납기 등에서 밀리고 있는 데다가 한국 PCB산업이 양적, 질적인 면에서 모두 대만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짐에 따라 중소업체들은 물론 대기업들에까지도 『대만을 배워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만의 PCB생산성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대만을 방문했던 관계자들은 대만국제공항과 수도 타이뻬이의 중간에 위치한 도원시의 PCB 및 관련업체가 밀집돼 있는 이른바 「도원 PCB거리」를 들르면 해답을 금방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도원 PCB거리」에는 굴지의 PCB업체인 난야를 비롯해 수백개 PCB업체들과 전문 외주가공업체,원부자재업체들이 대거 입주해 철저한 분업생산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통해 PCB업체들은 최소한의 투자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납기대응력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외주처리와 원부자재 구매에 적지않은 물류 및 재고 부담을 안아야 하는 국내업체들과는 근본부터 다른 셈이다.
이같은 분업화와 생산성 극대화전략으로 대만업체들은 비슷한 규모의 국내업체들에 비해서 보통 2∼3배 이상의 1인당 생산성과 매출을 내고 있다. 또한 현재 대만에는 국내 최대업체 수준인 월 5~6만장대의 산업용PCB를 생산하는 업체가 10여개에 달할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작업자의 평균 근무연한이 길어 숙련도가 높고 특히 생산라인의 자동화와 철저한 인라인화를 유도함으로써 작업반경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도 높은 생산성의 주된 이유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엔지니어의 잦은 인력이동으로 고가의 자동화장비를 돌리는데 어려움을 겪기 일쑤인 우리와는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인프라스트럭처가 튼튼한 것도 대만 PCB산업이 경쟁력을 갖게된 이유중 하나다. 원판, 동박, 케미컬 등 핵심 소재에서 각종 PCB제조장비에 이르기까지 대만의 PCB 주변산업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대만 PCB산업을 실질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막강한 컴퓨터산업의 측면지원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대만을 찾았던 대다수 업계관계자들은 『대만이 탄탄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는 이같은 하드웨어보다는 대만인 특유의 근면성과,외환보유 1위국을 지속할 정도로 부국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헝그리정신」,낮은 금리,정부의 적극적인 중소기업지원정책 등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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