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업도 있어요] 프리랜스 프로그래머

최근 소호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소호(SOHO)는 작은 사무실(Small Office), 자택 사무실(Home Office) 머리글자를 딴 새 용어. 집이나 소규모 사무실을 거점으로 컴퓨터와 통신망을 이용해 혼자 힘으로 각종 아이디어사업을 펼치는 재택근무 자유직업인을 흔히 소호족이라고 부른다.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출판기획자, 번역가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로 여기에 속한다.

「연봉 1억원의 소호족.」

벌써 10년 가까이 매킨토시 분야에서 프리랜스 프로그래머(개인개발자)로 활약하고 있는 김재열씨(30)를 일컫는 말이다. 그동안 각종 매킨토시용 데이터베이스(DB)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그는 연봉 1억원이 말해주듯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그가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88년 연세대 수학과 3학년에 복학한 그는 어느날 처음 접해본 매킨토시 컴퓨터에 완전히 매료됐다. 4개월 가까이 아버지를 설득한 그는 1천만원 상당의 거금을 들여 당시 매킨토시 기종 가운데 가장 비싼 맥Fx를 구입하는 데 성공한다.

그날 이후 매일 밤 매킨토시와 씨름하며 독학으로 각종 프로그래밍 언어를 마스터한 그는 92년 DB 개발툴을 이용해 혼자서 개인정보 관리프로그램(PIM)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불과 3개월 만의 밤샘작업 끝에 개발한 「오피스메이트」는 맥사용자들에게서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DB 개발자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자 특강 및 용역의뢰도 줄을 잇기 시작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자신이 개발한 몇몇 소프트웨어의 상품화를 추진했다. 개인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혼자 힘으로 상품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판로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 매킨토시 공급업체인 엘렉스컴퓨터에서 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상품성을 인정, 상품화 및 번들계약을 맺기로 결정한 것이다.

「토플2000」을 시작으로 「퍼스널메이트」 「파워딕셔너리」 「캐시매니저」 「시티맨」 등 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모두 엘렉스컴퓨터를 통해 속속 상품화에 성공했다. 모처럼 큰돈을 만져볼 수 있게 된 그는 개인사무실을 열었다. 트윈뱅크 DB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상호는 내걸었지만 함께 일할 직원은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직원을 모집해 20대 젊은 사장 노릇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자만심으로 개발의욕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소호족 생활을 시작했다. 밤에는 혼자 기획과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고 낮에는 영업을 비롯해 광고, 홍보, 애프터서비스 등 1인 다역을 맡아 처리해야 했다. 몸은 바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니 힘든 줄도 몰랐다. 무엇보다도 사용자들의 격려편지는 피로를 잊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이처럼 열심히 개발에 몰두한 덕분에 그는 지난해 1억원 상당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프리랜서인 그에게 매출액의 대부분은 자기수입인 셈이다. 그는 주변에서 「발로 뛰는 개발자」로 불린다. 흔히 프로그래머들이 사무실에 앉아 프로그램만 짜는 데 반해 그는 틈만 있으면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를 찾아가 불편한 점을 묻고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10년 가까이 매킨토시용 개인개발자로 활동해온 그는 올 가을께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자신의 최신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인 매입, 매출 관리프로그램인 「흑자경영」을 윈도95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 IBM PC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업무용 PC SW시장이 맥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로서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