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42)

『박사님, 전화상으로 말씀드린 대로 운용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습니다.』

강 과장은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김창규 박사에게 그 동안의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동시에 A사이드와 B사이드가 다운된 것과, 백업된 데이터를 로딩시켰을 때에 발생한 현상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강 과장의 설명을 들으며 김창규 박사는 늘 그랬던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김 박사, 이 시스템에 걸려 있는 통신회선은 모두 절체가 되었다고 했지요?』

『그렇소. 코드를 활용해 수동으로 절체시켰소.』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도수 높은 안경을 치켜올린 김창규 박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A사이드와 B사이드의 CPU 전원을 OFF시켰다. CPU의 상황을 알려주는 패널의 모든 램프가 꺼졌다.

30초.

CPU의 메모리가 완전히 클리어되려면 30초 동안의 시간이 필요했다. 김창규 박사는 시간을 생각하듯 천천히 CPU 전원을 ON시켰다.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CPU 패널의 램프들이 붉은 빛으로 점등되었다.

안경을 다시 한 번 치켜올리고 김창규 박사는 마그네트 테이프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다.

A사이드.

모든 CPU 내의 데이터가 지워진 상태에서 재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동시에 데이터가 지워졌을 경우 A사이드로 먼저 데이터가 입력되도록 되어 있었다.

하드웨어에 문제가 없다면 1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의 입력이 끝나게 될 것이다. 그 상황에서 A사이드에 장애가 발생하면 B사이드로 데이터가 자동으로 입력되도록 되어 있었다.

『김 실장, 그 동안 시스템에 특별한 장애가 발생한 적이 있었소?』

『아니오. 없었소.』

『순간적인 장애나 에러 메시지 출력된 것 없었소?』

『없었소. 강 과장, 에러 메시지 관리철 보여드리지.』

『네, 박사님. 여기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미 확인은 끝냈습니다. 시스템이 다운되기 전까지 특별히 출력된 에러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김창규 박사는 강 과장이 보여주는 데이터를 확인했다.

없었다.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메시지가 몇 개 기록되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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