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회장단 인사를 앞두고 최근 배순훈 대우전자 소그룹회장이 유럽지역본사(프랑스)로 발령날 것이라는 소문이 설득력있게 대두되면서 벌써부터 대우전자의 항로에 전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대우전자=탱크주의=배순훈 회장」이라는 3등식이 전자업계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배 회장의 이미지가 대우전자속에 깊게 새겨져 있기때문.
배 회장은 93년부터 대우전자에 탱크주의를 도입해 기업체질을 뒤바꿨으며 대기업 최고경영자로서는 처음으로 직접 CF광고에 등장해 주부들 사이에선 최고의 모델로 부상하기도 했다. 또 김영삼 정부 개각때에는 입각설이 나돌 정도로 그의 경영방식과 철학에 대한 주위의 관심이 높았다. 오는 9일에는 기본에 충실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기업문화를 정립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문화체육부가 주관하는 제4회 기업문화상에서 대기업부문 대상(대통령상)을 받을 예정이다.
대우전자내에서도 배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아주 독특하다.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자로서의 역할이나 업무가 복잡하고 많을 법도한데 그는 자신의 일거리를 찾아 수행하는 데 전념하는 스타일이다. 즉 회사내 각 사업부는 사업부장들이 책임을 지고 이끌어가도록 하고 자신은 특정 업무담당자처럼 최고경영자로서의 일을 찾아 스스로 풀어간다. 회사의 전반적인 살림은 거의 모두 양재열 사장에게 맡김으로써 한 지붕 두 가장의 역할배분도 명확히 하고 있다.
지금은 불발탄으로 끝났지만 톰슨멀티미디어 인수건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다. 인수추진을 배 회장이 거의 독자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대우전자의 인수를 선호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 다른 대기업처럼 이를 전담하는 해당부서나 별도의 팀이 없어 관련자료를 즉각 내놓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배 회장은 대우전자의 이미지 관리 인물에 불과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그의 업무는 회사의 장래와 직결된 굵직굵직한 비즈니스 성사와 장기적인 비전 제시 등에 집중돼 있어 대우전자내에서의 비중이 매우 크다.
배 회장의 프랑스행은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그가 지난해 톰슨멀티미디어 인수가 성사되면 스스로 톰슨의 최고경영자(CEO)로 나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어쨌든 배 회장이 해외본사로 떠날 경우 대우전자는 크고 작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재열 사장이 배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우전자를 이끌어가게 될 경우에는 커다란 동요가 없겠지만 양 사장까지 해외본사로 나가게 된다면 대우전자는 한차례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대우그룹의 이번 인사방침이 혁명적인 정도로 원로급을 중심으로 한 전면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어서 양 사장도 해외본사로 발령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배 회장의 경영스타일에 익숙해진 대우전자 구성원(임직원)들은 새로운 경영자가 새로운 경영철학으로 대우전자를 이끌어갈 때 상당한 혼선을 빚을 수 있다. 특히 전자업계내에서도 가장 철저하게 정착돼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업부책임제와 같이 그동안 배 회장의 경영스타일로 갖춰진 기본골격에 수정을 가하게될 경우 대우전자는 현재로선 예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변화의 파고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윤재 기자>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
3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6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7
트럼프 취임 50일…가상자산 시총 1100조원 '증발'
-
8
금감원 강조한 '자본 질' 따져 보니…보험사 7곳 '미흡'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