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32)

신비스럽고 억제할 수 없는 충동.

섹스였다.

거미는 그 신비롭고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을 위해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가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사내는 화면을 계속 바라보았다.

화면으로는 자신에게로 접근하는 수컷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암컷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색한 모습. 암컷은 수컷 거미를 잡아먹을 듯 경계의 빛을 나타내기도 했다.

암컷은 수컷 거미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암컷은 성장한 수컷 거미를 본 적이 없으며 자기보다 더 작은 벌레는 잡아먹고, 큰 벌레 앞에서는 멀리 달아나는 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다. 암컷이 최초로 느끼는 본능은 수컷의 덩치가 대개 작기 때문에 공격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컷은 암컷의 먹고 싶어하는 욕구 갈망을 재빨리 성적인 갈망으로 변화시켜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때 먹이를 주어 암컷에게 호감을 얻는다.

어떤 종의 경우에는 수컷이 암컷보다 한층 빨리 성숙해진다. 이런 경우 수컷이 종종 암컷의 집으로 옮겨가 암컷이 성적인 성숙을 이룩할 때까지 기다린다.

성욕이 누그러지고 난 후에 그들이 갖는 유일한 사회적 유대는 깨어진다. 암컷이 자기를 잡아먹기 전에 암컷의 주위를 떠나버린다. 하지만 탈출한 수컷의 생명도 한시적이다. 섹스중에 수컷은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수컷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한두 주일 동안 지내다가 죽어간다.

모든 에너지를 단 한번의 링크를 위해 쏟아 붓는 거미. 한 스텝, 한 스텝 이어지는 거미의 삶은 단 한순간의 링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내는 길게 담배연기를 뽑어냈다.

섹스.

인간들의 섹스장면을 동물이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어떠할까? 인간들이 행하는 섹스의 방법과 형태 등은 동물에게서도 쉽게 발견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본연의 수치감과 죄책감으로 인해 관객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동물은 자연의 법칙, 본능의 법칙에 순응함으로써 그 누구보다 어색하지 않은 연기로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뿌아 뿌아 뿌아- 디주리두 소리가 짧게짧게 이어졌다.

사내는 다시 리모컨을 조작하여 화면을 바꾸었다.

어? 사내는 순간적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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