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역민방이 기로에 서 있다.
지상파와 위성방송이 모두 디지털화로 이행되는 등 급속한 방송환경 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일본 사쿠라은행 계열의 사쿠라종합연구소는 최근 「지상파 지역민방의 장래」라는 보고서에서 일본의 지역민방이 「기로에 선 운명」이라고 분석,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사쿠라종합연구소는 디지털 위성방송에 지상파의 키스테이션(중앙방송국)이 참여하면서 지역민방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지역민방은 키스테이션에의 의존에서 탈피하는 것이 지상과제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지상파 지역민방은 키스테이션을 중심으로 한 운명공동체적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 현재 1백26개국 가운데 1백14개국이 도쿄의 키스테이션이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상태다. 뉴스소재 교환뿐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 편성, 영업 등에서 다양한 협정이 체결돼 있고 최근에는 영업과 프로그램 제작면에서 키스테이션에 대한 지역민방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네트워크 계열에 가맹되지 않은 지역민방 12개국은 독립 UHF국으로 방송범위가 키스테이션 및 준키스테이션과 겹치기 때문에 경영상황이 어려운 형편이다.
지금까지 키스테이션과 지역민방은 네트워크 결성의 이점을 서로가 활용해 왔다. 키스테이션으로서는 전국방송 실현이 가능했고 지역민방으로서는 광고영업 및 편성면에서의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방송환경 변화는 이러한 공생관계에 변화를 초래하는 한편으로 지역민방의 존립근거마저 위협하고 있다. 키스테이션이 위성방송에 참여할 경우 계열 네트워크 없이도 전국방송을 실시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면 지역민방은 존립근거를 상실할 것이라는 게 사쿠라종합연구소의 분석이다.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도입여부도 지역민방에 부담스러운 일이다. 디지털 방송이 도입될 경우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필요해지는데 새로운 수익이 담보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따라갈 수도 없는 일이다.
디지털 지상파 설비투자가 지역민방의 경영을 압박함에 따라 도태하는 방송국이 속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지역민방은 자립을 위해 제작 및 영업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다채널화로 인한 채널증가 상황에서는 방송소프트웨어가 대량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민방이 프로그램 제작역량 강화에 성공한다면 결국 스스로 존립기반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민방간 대형 프로그램의 공동제작이나 각사의 소프트웨어의 교류, 영화 등 소프트웨어의 공동구입, 첨단 제작설비의 공동사용을 심각히 고려하고 지역민방 프로그램을 모아 전국에 송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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