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이테크 산업의 메카 「실리콘 밸리」.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이 첨단 산업 단지의 성장 신화를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활발히 전개돼 왔다.
일리노이의 「실리콘 프레어리」, 뉴욕의 「실리콘 앨리」, 노스 캐롤라이나의 「리서치 트라이엥글」, 보스톤의 「루트 128」 등 10여개 지역에 이른다.
실리콘 밸리를 모방해 조성된 이들 첨단 산업 단지들은 그러나 아직까지 「제2의 실리콘 밸리」로 평가받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몇가지 드러난 수치만 보더라도 실리콘 밸리와 이들 지역의 격차가 어느정도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앞서 밝힌 지역을 포함한 11개 첨단 산업 단지에서 지난해 주식을 공개한 벤처 기업은 1백61개. 이중 실리콘 밸리에 속한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75개였다.
그 결과, 벤처 기업들이 주식 공개로 조성한 자금 총액 60억달러중 29억 달러가 실리콘 밸리 기업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는 실리콘 밸리가 미국내 여타 첨단 산업 단지와 비교해도 모든 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과 이들 지역이 실리콘 밸리와 어깨를 겨루기엔 너무 왜소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미국내에서 왜 이런 결과가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
각 단지의 역사성의 차이도 있겠지만 다른 첨단 산업 단지들이 실리콘 밸리의 신화를 재현하는데 해당 지역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주정부가 세제 등에서 약간의 혜택을 부여할 수는 있겠지만 기술 개발이나 상업화에선 힘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리서치 트라이 엥글」에선 투자 기업들에 세금의 1/3을 감면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연간 받는 혜택은 1천2백만달러.
이같은 조치로 IBM, 시스코 시스템스 등 유명 기업의 연구소들을 이 지역으로 유치하는 데 일부 성공하기도 했지만 이것만으로 제2의 실리콘벨리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실리콘 밸리의 외형만을 본뜨려고 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차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업가 정신이란 것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 다른 지역의 고민이 있으며 바로 이점이 실리콘 밸리와 다른 지역의 격차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다시말하면, 실리콘 밸리에 충만한 기업가 정신은 우수한 인재와 기술과 돈을 불러들이는 힘이자 이를 재생산하는 원동력으로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지역이 결코 첨단 산업 단지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은 다른 지역이 실리콘 밸리와 경쟁하려기보다 실리콘 밸리를 보완하는 관계가 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례로 보스톤 지역은 PC붐이 일 때 중형컴퓨터를 매진한 결과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엔 인터넷 보안 및 데이터 통신 등 틈새 기술 개발로 다시 성장 가도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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