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불황때 살아남는 법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 단지 우연처럼 보일 뿐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대기업들의 잇따른 도산에 이어 복더위에 치명타를 가하듯 터져나온 기아사태로 기업 전반에 걸쳐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몇차례 대형사고를 겪은 탓인지 금융권은 금융권대로, 투자자는 투자자대로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되어 하찮은 소문에도 호들갑을 떨며 갖은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최근 경영악화설에 휘말렸던 한 중견그룹의 한 관계자는 『부도 위기설이 나돌자 특히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만기가 차지도 않은 어음을 일제히 회수하려 나서고 투자자들은 극성스럽게 회사로 몰려오거나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성화를 부려 도저히 업무를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회사측은 사태가 커질 기미를 보이자 부랴부랴 언론에 사실이 아님을 알리고 장기발전 대책까지 발표하는 등 루머 잠재우기에 힘써 일단 사태를 진정시켰다.

이 회사가 루머에 휘말렸던 것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몇몇 재벌을 제외하고는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데다 『한 중소업체와 이름이 한자까지 같아 발생한 오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그룹의 재무구조가 그다지 튼튼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기가 어렵고 자금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독특하게 불황 때 투자를 하는 기업들도 드물지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좀더 들여다 보면 재무구조가 탄탄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습관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소 반도체 관련업체인 K사는 최근 급속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그다지 자금문제는 걱정하지 않는 업체로 소문이 나 있다. 비결 중 하나는 자발적인 「꺾기(?)」. 이 회사는 정부지원자금을 비롯한 각종 자금을 빌리게 되면 꼭 상환시점에 맞춘 적금을 들어 현재 이와 관련한 적금통장만도 1백개 가까이 된다고 한다.

금융권의 「시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같은 중소업체가 불황에도 투자고삐를 늦추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자구」노력이 생활화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려운 시기를 맞아 기업들이 한번쯤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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