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96 日 가정용 게임기·리튬전지 시장

「日本經濟新聞」이 최근 자체 조사, 발표한 「96년도 주요상품, 서비스 1백개 품목 점유율조사」를 보면 지난 한해 일본의 전자, 정보통신시장은 점유율, 상위업체순위 변동 등이 심했던 격변기였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 품목은 상위 3개업체의 순위가 완전히 뒤바뀐 가정용 비디오게임기와 수위 업체의 과점체제가 무너지며 선두와 추격업체간 실질 경쟁체제가 갖춰진 리튬이온전지 2개이다.

특이 이들 두 개 품목에서는 첨단 기종의 우선 투입과 시기에 맞는 생산력 집중에 따라 업체순위 및 점유율이 변동되는 등 업체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어 「선제공격」과 「증산」이 기업도약에 얼마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지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먼저 가정용 게임기시장에서는 지난해 출하대수가 전년비 62.8% 증가한 9백20만대로 확대된 가운데 3위인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가 전년에 비해 14.2포인트 높아진 43.4%의 점유율로 게임기왕국인 닌텐도의 아성을 무너트리고 마침내 1위로 뛰어 올랐다.

반면, 닌텐도는 점유율이 3.2포인트 떨어진 29.7%로 2위로 밀리고, 2위 세가 엔터프라이즈는 점유율이 4.9포인트 하락한 25%로 한단계 더 내려갔다.

이같은 순위변동은 16비트기가 주도하고 있는 지난 94년 가을 SCE가 세가와 함께 32비트기를 닌텐도에 앞서 시장투입해 차세대기종경쟁에서 기선을 제압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닌텐도는 개발지연을 이유로 64비트기의 시장투입을 두차례나 연기한 후 뒤늦게 지난해 6월 「닌텐도64」의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SCE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계속해서 뒤집기가 쉽지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SCE의 32비트기 「플레이스테이션」은 일본 국내 누계출하대수가 95년 말 2백만대, 96년 10월 말 4백만대로 꾸준히 증가했고, 올 초에는 5백만대를 넘어서 다른 제품과의 차이를 더욱 벌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SCE가 쾌주하는 데는 선제 공격 이외에 대형 소프트웨어업체들이 플레이스테이션용 개발에 잇따라 가세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크게 인기를 끈 게임소프트웨어 「파이널환타지」와 「드래곤퀘스트」의 개발업체인 스퀘어와 에닉스가 닌텐도진영에서 SCE로 돌아선 것은 닌텐도측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를 계기로 막강한 소프트웨어업체들을 등에 업은 SCE는 풍부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수요층을 기존의 초, 중고생에서 30대로까지 넓히며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SCE는 또한 도매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매점에 직판하는 유통체제 개혁을 통해 기존 유통체계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재고 및 가격붕괴 문제를 해결해 소매점들을 다수 확보함으로써 유통면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리튬이온전지에서는 생산력 증강 정도에 따라 각 업체의 시장점유율 등급이 매겨지는 양상이 두드러지며, 특히 산요전기의 상승이 돋보인다.

지난해 일본 국내 리튬이온전지생산규모는 1억1천5백만개로 전년보다 3.6배 증가해 전년 증가율 2.7배를 훨씬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산요전기는 전년보다 15포인트나 오른 25%의 점유율로 4위에서 2위로 뛰어오르며 선두업체 소니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이처럼 산요가 급상승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말 도쿠시마공장에 라인을 신설해 월산능력을 5백만개로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산요는 내년중 월산능력을 현재의 2.4배인 1천2백개로 끌어올려 소니에 대한 추격 고삐를 더욱 당긴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선두업체인 소니는 지난해도 1위를 고수했지만 점유율이 전년의 60%에서 42%로 크게 떨어져 사실상 과점체제가 붕괴됐다.

소니는 지난 91년 리튬이온전지를 첫 상품화한 이후 93년까지는 시장을 거의 독점해 왔다. 이후 94년부터는 다른 업체들의 잇따른 참여로 점유율이 70%, 95년 60%로 서서히 하락해 마침내 50% 이하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후발업체의 추격에 대해 소니 역시 증산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3월 1천만개로 늘린 월산능력을 올해 안에 1천5백만개로 더 증강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소니의 선두유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른 후발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전년보다 3포인트 상승한 14%의 점유율로 3위를 유지하고 있는 마쓰시타전지공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월산능력을 4백만개로 늘리긴 했지만 산요보다 늦게 증산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에 점유율이 3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보고 대대적인 증산에 착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99년 4월까지 월산 2천만개의 체제를 갖출 계획인데 생산규모에선 2000년전후로 소니를 제치고 수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또 주목되는 후발업체는 히타치막셀로 이달 월 6백만개의 생산체제를 구축해 올해 상위 5위권에 새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NEC계열의 일본모리에너지도 증산에 적극 추진중이고, 신규참여한 후지사진필름도 양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한편, 리튬이온전지업체의 대대적인 증산으로 업계에선 조만간 공급과잉사태가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선 업체간 합종연횡, 사업철수 등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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