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 개막에 따른 무한경쟁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특허 등 산업재산권 관련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최초의 의료기기 관련 특허분쟁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던 한신메디칼과 델타메디칼의 「멸균소독기 특허분쟁」이 델타메디칼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은 특허관련 소송 최종심에서 한신메디칼이 신청한 델타메디칼 제품의 판매 가처분신청을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그러나 한신메디칼측이 이에 불복, 상고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 최초의 의료기기 특허분쟁인 이번 사건은 한신메디칼이 『자사의 멸균소독기를 델타메디칼이 불법으로 복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수원지방법원에 델타메디칼 제품의 판매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비화됐다. 한신측은 그 증거로 자사 소독기가 설치된 병원에서 델타메디칼이 자사 제품을 분해, 사진촬영을 했다는 것과 자사 제품과 유사한 델타 제품의 기능 등을 반증자료로 제시했다.
기습을 당한 델타측은 곧바로 『한신측이 획득한 멸균소독기 관련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등 강하게 맞대응, 지금까지 3차에 이르는 공판과정에서 판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검증까지 벌였다.
이처럼 델타가 특허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까지 이번 사건에 적극 대응한 것은 한신이 93년 2월 특허를 출원하고 96년 12월 18일 특허를 취득했기 때문에 한신이 승소할 경우 자칫하면 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허권리는 출원일로부터 소급 적용된다.)
물론 재판부가 델타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으나 한신이 이번 판결에 불복, 항고할 의사를 밝히고 있어 사건은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는 셈이다.
이번 분쟁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의료기기 업체들의 특허관리 문제와 특허청의 특허심사 관리 및 법원의 특허기술 검증능력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의료기기 업체들의 특허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은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증명됐다. 한신뿐 아니라 대다수 업체가 무방비상태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의료기기 업체들이 산업재산권 관리에 소홀한 것은 영세 중소업체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외국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모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는 업계 풍토로 인해 특허를 출원할 만한 기술개발 성과가 드물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특허관리에 철저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의료기기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다국적 기업의 국내시장 공략이 본격화됨에 따라 특허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자칫하면 기존 의료기기 전문업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 등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특허청의 특허심사 관리도 상당한 허점을 드러냈다. 특허란 기술을 법적으로 보호받으려 하는 것인데 이번 분쟁에서 나타났듯 출원에서 등록까지 3∼4년이나 걸려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전혀 보호받지 못한 데다 후발업체가 특허청장을 상대로 무효청구 소송을 제기, 특허청이 특허를 등록해 준 업체에게 오히려 소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특허청의 특허심사가 매우 형식상 이뤄졌든지 아니면 특허청의 책임을 업체에 전가하는 것이어서 어쨌든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특허 등 첨단기술 관련 소송이 제기됐을 때 결국은 판사와 변호사 등 기술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법조인들의 손에 모든 결과가 좌지우지된다는 것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이번 재판 과정에서 전자의료기기 중 하나인 멸균소독기를 두고 판사 중 한 명이 「그 제품이 전기로 가동되는 것이냐」는 상식 이하의 질문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판사를 통해 나온 결정이 얼마나 적절한 기술검증을 거쳐 나온 합리적인 판단이냐 하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의료기기 업체들은 특허를 출원할 만한 기술을 개발했을 경우 특허출원이 용이하도록 산업재산권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담당자만이라도 지정, 전문성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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