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TV의 결합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4억2천5백만 달러를 들여 웹TV 네트워크사를 인수함으로써 PC와 TV의 결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PC와 TV의 결합에 대한 논의는 그 이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움직임으로 더욱 큰 추진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인텔, 컴팩과 손을 잡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미 방송협회 총회에서 디지털 프로그래밍과 웹 내용을 받을 수 있는 PC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HD-0」라는 제안서를 발표했다.
이 제안은 TV보다는 PC에 가까운 고화질의 차세대TV 개발을 겨냥한 광대한 계획의 첫 걸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PC생산업자들이 PC를 양방향TV를 위한 기기로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안에 대해 론 휘트너 인텔 부사장은 『디지털 TV시스템의 원형은 올해말쯤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기술적인 기준을 완성,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업계는 소비자들이 컴퓨터 프로그램 활용은 물론 인터넷으로부터 양방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화질TV라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원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TV에서 운용될 수 있는 윈도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술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컴팩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의 TV와 PC 양 분야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디지털 TV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수백억 달러대의 시장을 두고 AT&T도 루슨트테크놀로지, 노던텔레컴, 소니와 손을 잡았다.
IBM도 시청자가 디지털 TV세트를 사지 않고도 고화질TV의 효과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지캐스트(LogiCast)라는 서버 기술과 네트워킹, 스토리지 기술을 합친 신기술을 선보였다. 컴팩도 자사 서버가 컴퓨터나 PC TV에 고화질의 비디오 데이터를 보낼 수 있도록 VDOnet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의 PC와 TV가 결합하는 방향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기존의 연구는 PC와 TV를 새로운 형태로 결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돼 왔다.
그러나 사실상 두 기기는 성질이 완전히 다른 매체로 판정이 나면서 두 기기를 수평적으로 결합한다는 생각은 사실상 폐기됐다. 소니를 주축으로 한 웹TV 개발이나 게이트웨이2000이 만든 데스티네이션 안방극장 같은 개발품이 이러한 방향하에서 개발된 것이었다.
이러한 산업적인 판단이 내려지자 HDTV를 고집해 오던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시장에서 성공가능성이 높은 디지털TV로 정책방향을 선회, 내년부터 디지털TV방송을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디지털TV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됐다. 게다가 미국내 가구당 PC점유율이 40%에 못 미치기 때문에 90%가 넘는 TV를 포기하고 PC 위주의 새 매체를 창출한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안아야 한다는 현실적 한계론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웹TV사를 인수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즉, PC를 중심으로 하기보다 디지털TV 시장을 목표로 개발하겠다는 의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소규모의 웹TV 관련사를 확보해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윈도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구축, TV와 PC의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TV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PC업계는 자신들의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서 기존의 인터레이스 스캐닝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프로그레시브 스캔」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호환되지 않는다. 스캐닝 방식을 둘러싼 TV업계와 PC업계와의 대결도 불가피할 것 같다.
PC와 TV의 결합은 디지털TV를 중심으로 한 PC서비스의 TV내 결합으로 압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결합의 실제 효과를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기술적인 뒷받침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구축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시카고=이정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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