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위기탈출을 위한 PC메이커들의 마케팅정책이 또다시 가격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유통시장에 벌어지고 있는 가격경쟁은 할인판매나 보상판매, 할부판매 등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자극시키기는 전통적인 마키팅 정책과는 별도로 아예 처음부터 가격을 획기적을 낮춘 제품을 출시하는 형태로 발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력제품인 노트북 PC에 그동안 사용을 기피해왔던 인텔 호환칩을 채용해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을 거의 절반 정도 내린 기획상품을 개발, 그룹 임직원들을 상대로 판매를 강화하는 한편 일반 유통점으로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또 순차적으로 학생, 경찰, 군인, 교사 등 전문직업층을 대상으로한 PC 구매프로그램도 마련해 복잡한 기능을 각 직업에 맞는 기능과 프로그램을 내장한 상품으로 이들 특정계층 수요자들의 구매의욕을 부추기고 있다.
삼보컴퓨터도 올 초까지 판매제품의 평균단가가 2백50만원선이었으나 최근 2백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수요가 저가형제품에 몰림에 따라 지난달 말 2백만원 대 이하의 중저가 제품 2개모델을 출시했다.
특히 삼보컴퓨터는 자사의 주력모델라인과는 별도로 1백만원 정도의 기획상품을 개발, 현재 PC를 갖고 있지 못한 PC 구입희망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간다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상은 일반 유통시장 뿐만 아니라 기업시장에도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 행정전산망 PC 공급업체로 선정된 대부분의 업체들은 현재 유통가의 절반 수준인 행망 PC 공급가에 맞춘 별도의 기획상품을 앞세워 대량판매가 가능한 기업수요를 확보하는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도 하다.
삼보컴퓨터의 김기만부장(홈PC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꽁공 얼어붙어 았는 만큼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가격 밖에 없다』며 『그러나 최근 PC메이커들이 출시하고 있는 제품들은 복잡한 기능을 단순화하고 부품 또한 기존 사용했던 것 보다 저렴한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 등으로 처음부터 가격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고가 제품만을 판매해왔던 국내 주요 PC업체들의 영업정책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PC업계의 이같은 변신은 우선 시장자체가 사상 최악이라는 불황을 맞고 있다는 것과 함께 올들어 중견컴퓨터전문업체들의 연쇄부도로 커다란 공백이 생긴 조립업체들의 수요를 선점해간다는 영업전략의 하나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그동안 국내 PC시장은 고가의 메이커제품과 저가의 조립제품 등 양대 축으로 지탱해왔지만 조립업체들의 몰락으로 저가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던게 현실이다.
결국 최근 PC메이커들의 저가경쟁은 고품질, 고가전략을 내세웠던 대형 PC업체들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채산성 악화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겠지만 상대적으로 고가 중심의 파행적인 유통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PC유통시장에서 거품을 뺀 경제구매를 정착시켜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좋은 구매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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