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업체 전략적 제휴는 현대판 「나당(羅唐)연합」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전자, 정보통신 시장에서 선두고지 점령 또는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국내외 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전략적 제휴가 국내외 업체간 손잡고 내수시장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선 「나당(羅唐)연합」으로까지 비유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국내 전자업체들이 외국기업과 손잡은 사례로는 아남전자와 마쓰시타전기간 전략적 제휴, LG전자와 IBM의 합작, 삼성항공과 후지필름간 협력제휴, 삼성전자와 인텔간 전략적 제휴, 현대전자와 마쓰시타전기의 전략적 제휴 등 굵직굵직한 것만도 4∼5건에 이른다. 지금 현재도 LG와 GE, 현대와 컴팩간에 전략적 제휴를 위한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등 국경을 넘어선 크고 작은 합종연횡이 급속히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LG­IBM의 경우는 국내 PC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대표적인 사례. LG전자가 생산하고 LG­IBM에 의해 주로 LG전자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LG­IBM 브랜드 컴퓨터가 삼성과 삼보 PC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LG전자가 IBM이라는 외세를 빌어 앞서가는 삼성과 삼보를 추월하려 한다는게 나당연합을 제기하는 측의 논리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물론 상당수 전자업체들은 전략적 제휴가 전세계 기업들의 생존전략 도구로 부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브랜드 인지도와 핵심기술 등에서 약한 국내기업이 세계화 및 글로벌 경영전략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필연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나당연합론에 대해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21세기에도 답습하자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의 주대상이 되고 있는 LG­IBM의 경우 양자의 논리가 나름대로 설득력은 있어 보인다. LG­IBM 브랜드가 해외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 국내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전자의 PC사업전략을 살펴보면 양상이 좀 다르다. LG전자의 PC 사업전략은 데스크톱PC가 아니라 노트북PC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는 노트북 PC가 전세계 PC시장을 주도하면서 더 편리하고 더 작은 PC가 노트북 PC 시장을 위협하는 형태를 띨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노트북 PC의 사업기반을 더 빨리 다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IBM과 손잡은 LG의 계산이다. 또 LG전자는 IBM과는 별도로 미국 DEC와 손잡고 해외 노트북PC시장(OEM 공급)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며 마이크로소프트사와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휴대형 PC(HPC)를 이미 개발하는 등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다. 이에 비해 GE와의 대형냉장고 합작생산 추진은 이를 통해 해외시장을 넓혀나가겠다는 LG측의 냉장고 사업전략을 GE측이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아직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즉 단순한 기술제휴에서부터 사업협력, 합작, 기업인수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략적 제휴는 그 기업의 사업전략과 맞아 떨어졌을 때 가능하며 특히 세계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국내 기업의 경우는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대비한 중요한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 박재린 상무는 이에 대해 『전략적 제휴야 말로 기업의 순수한 경영전략에 해당하는 것으로 섯불리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동종업계의 이해에 따라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고, 또 전략적 제휴가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을 수 있는 수단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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