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자화폐 개발과제

이승형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기획조정실장

세계 각국의 전자화폐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각국의 전자화폐 개발동향을 보면 크게 두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현실 세계에 있는 실물화폐의 가치를 디지털 정보화해 IC카드에 저장해 활용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 등 사이버 스페이스를 통한 전자상거래의 효율적 대금결제 수단으로서 이용하자는 움직임이다.

영국의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 등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몬덱스(Mondex)사의 몬덱스카드와 국내에서 전자지갑이라는 이름으로 금융계에서 표준화한 것이 전자의 흐름을 대변하는 것이고, 후자로는 사이버캐시사의 사이버캐시, 디지캐시사의 e­cash 등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도 데이콤 등 통신서비스회사를 주축으로 전자화폐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자화폐를 IC카드형, 네트워크형이라고 분류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개발동향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을 좀더 자세히 들어다 보면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같은 IC카드형, 같은 네트워크형이라도 개발주체에 따라 개발하고자 하는 전자화폐의 특성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둘째 앞서 기술한 전자화폐 개발의 양대 움직임이 독자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전자화폐의 보급은 통화시스템의 대변혁은 물론 상거래 질서 및 관행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의 흐름을 보면 가급적 기존의 법,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전자화폐를 개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전자화폐를 개발, 도입하고자 할 때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대비책이 필요하다. 우선 도입하고자 하는 전자화폐의 특성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렇게 정의된 전자화폐의 유통구조는 어떠해야 되는가에 대한 선행연구가 있어야 한다.

사실 진정한 의미의 전자화폐 특성을 정의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물화폐가 갖고 있는 익명성, 상대성, 유통성을 그대로 수용하고 부가적으로 디지털 정보화에 따라 발생하는 가치분할성 및 전자적 이전성을 그 특성으로 하면 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전자화폐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창출되고 유통돼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구성요소들은 무엇이며 각기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여야 효율적인가에 대한 시스템적 정의가 확립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 IC카드형과 네트워크형 전자화폐가 통합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IC카드는 그 자체가 갖는 기억, 연산기능 등으로 인해 네트워크상의 인증 및 보안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제공하며 오프라인 상의 거래지원이 가능하고 추가적인 금액충전도 집에서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통신비 등 사회적 비용도 절감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개인관련 고유번호, 암호 등의 자료를 일일이 암기해 입력시키는 불편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자화폐의 법, 제도 정비를 위해서는 단기적 처방보다 앞서 기술한 전자화폐의 특성 및 형태, 유통구조 등의 명확한 정의 위에 장기적인 차원에서 더욱 근본적인 정비방안이 범부처 차원에서 과감하게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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