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가전산업 현황과 전망 (15);넘어야할 장벽들 (1)

수입선다변화 해제

앞으로 1년 6개월 뒤면 일제 가전제품이 국내시장에 자유롭게 들어온다.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오는 99년부터 없어지기 때문이다. 수입선 다변화제도 해제로 인해 일제 가전제품이 유입되는 것은 곧 21세기를 맞는 우리나라 가전산업에 있어서 최대 복병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행돼온 수입선 다변화제도는 그동안 가전산업에 든든한 「보호막」으로 작용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전자3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이 이 정도로 순탄하게 성장하게 된 배경에도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뒷받침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반기마다 정부의 수입선 다변화 해제품목 선정때 전자업계가 AV기기를 중심으로 한 일부 제품의 조기해제 불가를 강력히 주장해온 데서도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즉 일본 브랜드가 자유자재로 국내시장에 들어올 경우 치명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가전산업의 현주소다. 여기에는 몇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내제돼 있으며 그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내 소비자들의 일제 선호도가 아주 높다는 사실이다. 얼마전 삼성전자가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다소 비싸더라도 외산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나 미국산 제품으로 표기된 사실상의 멕시코산 소니TV가 백화점과 대형 할인판매점 등에서 한차례 돌풍을 일으킨 것 등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일제 선호도만이 문제는 아니다.

전자산업 자체가 일본의 기술을 전수받아 성장해왔듯이 그동안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은 주로 일본으로부터 설계기술과 핵심부품 등을 들여와 조립생산하면서 규모를 늘려왔다. 또 이로 인해 가전업계는 아직도 조립생산시 불량률을 낮추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있으며 독자적인 설계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핵심부품과 설계기술을 갖추고 생산한 제품과 여기에 의존해 만든 제품을 서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국산 가전제품이 품질면에서는 일제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성능이나 내구성, 디자인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등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컬러TV, VCR, 캠코더, 오디오 등 AV기기가 수입선 다변화 해제로 입게 될 타격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컬러TV의 경우 수입선 다변화 해제후 동남아산 일본 브랜드만 해도 2,3년내에 10% 정도를 잠식할 것으로 가전업계 스스로 분석하고 있다. 또 현재 국내업체들이 기술력을 한창 높여가면서 시장수요를 넓혀가고 있는 광폭TV를 비롯한 차세대 TV분야에선 일본업체들의 기술이전 및 핵심부품 공급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됨으로써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제 밀수품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오디오는 최근 일부 소형가전제품이 외산 유명 브랜드에 밀리는 것만큼이나 위협적이다.

수입선 다변화 해제는 또 일본 양판점의 국내 진입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 가전양판점들은 이미 한국시장 조사를 끝내고서도 일본제품이 수입선 다변화에 묶여 있어서 마땅히 매장에 내세울 제품이 없다는 점 때문에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본 양판점의 국내상륙은 곧 철옹성처럼 지켜온 가전업계의 전속대리점이 와해국면으로 치닫게 됨을 의미함은 물론 일본제품의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일부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선 다변화 해제로 일본 브랜드가 자유롭게 국내에 들어오고 일본의 가전양판점까지 가세하게 되면 3년내에 일본 가전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30%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까지 예측하고 하다.

<이윤재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