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97년 상반기 전자산업 결산.. 컴퓨터

<하드웨어부문>

올 상반기 국내 하드웨어산업은 지속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PC시장의 경우 올 상반기 시장규모는 99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7만대에 비해 약 2% 내외의 성장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분기별로 세분화하면 1, Mbps분기는 51만대로 지난해 동기(48만대) 대비 약 6.3%의 성장세를 지속한 반면 2, Mbps분기에는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48만대가 판매돼 지난해의 49만대보다 오히려 1만대가 줄기도 했다.

제품별로는 데스크톱PC가 88만여대, 노트북PC는 11만여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노트북PC는 지난해 상반기 9만4천대에 비해 올 상반기에는 16% 성장한 11만대를 기록해 데스크톱PC와는 달리 불황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두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다.

주변기기 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다양한 첨단 제품을 대거 선보였지만 제품판매는 PC와 마찬가지로 당초 목표량에 못미치는 부진한 행보를 보였다. 프린터분야에서는 보급형 잉크젯프린터의 고급화 경쟁이 한층 가열돼 사진출력기능과 고선명 출력경쟁에 이어 인쇄속도를 레이저프린터 수준까지 향상시킨 제품이 등장했다.

올해 급신장한 제품군 가운데 네트워크 프린터 분야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한국휴렛팩커드, 큐닉스컴퓨터, 한국텍트로닉스 등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시장확대에 나서 올해에만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기억장치 분야에서는 최근 LG전자가 DVD롬 드라이브 양산에 착수, 본격 DVD시대가 개막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하드디스크 분야에서도 2GB 제품이 대중화했고 고급 멀티미디어 기종에는 3~4GB 제품이 채용되기 시작돼 하반기에는 4GB 시대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멀티미디어 보드 분야에서는 DVD플레이용 보드가 경쟁적으로 등장해 시험 판매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판매량이 급증해 새로운 영상매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또 VGA기능과 MPEG플레이기능, 사운드, 3D이미지처리, 팩스모뎀 등 10여종의 멀티기능을 집약한 통합멀티보드 판매도 크게 늘어났다.

중대형컴퓨터 시장도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전산투자 위축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중대형컴퓨터는 시스템통합 프로젝트 방식으로 판매되는 경향이 짙고 시스템공급 상담에서 수주, 공급까지의 일정이 길어 현재 올 상반기 판매실적을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다소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준의 매출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보사태를 비롯한 대기업의 잇따른 도산과 금융계의 인사태풍으로 중대형컴퓨터 최대 시장인 대형 제조업과 금융산업 부분의 전산투자가 크게 줄었거나 투자 집행이 전면 보류되는 악재가 겹쳐 중대형컴퓨터업체는 너나 할 것 없이 매출부진에 허덕였다. 여기에 환율인하에 따른 환리스크까지 발생해 업계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전반적인 매출부진 속에서도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대형 메인프레임 및 유닉스서버를 전문으로 공급해온 업체들이 윈도NT 서버 공급에 발벗고 나선 점이다. 전체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아직까지 윈도NT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신장세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모든 업체가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기반으로한 64비트 시스템을 출시했으며 아키텍처 부문에서는 MPP, NUMA, 클러스터링 기법 등 새로운 설계방식을 채용한 제품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또 상반기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주목되는 점은 지금까지 하드웨어 중심의 영업을 전개해온 업체들이 솔루션 중심으로 영업방식을 전환했고 특정기종의 중대형컴퓨터를 전문 공급해온 업체들이 종합 중대형컴퓨터 업체로의 변신을 추진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상반기 하드웨어부문의 신장세가 크게 둔화됐지만 업계는 하반기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C의 경우 7월 이후 그동안 대기수요로 밀려 있던 행정전산망 및 교육망 PC가 대거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PC업체들도 유통분야에서의 극심한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현재의 유통가격의 절반 수준인 1백50만원대의 저가 PC를 경쟁적으로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PC시장규모는 계획대로 2백만대를 상회하는 2백1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업계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또 주변기기분야도 DVD의 본격적인 보급확대, 프린터의 고속화, 고선명 경쟁, HDD의 대용량화가 PC시장의 점진적인 경기회복세에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에는 다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부문>

올 상반기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전반적인 내수 경기의 침체 속에서 국내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가속화한 가운데 해외업체들의 국내 시장 참여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세계화가 급진전됐다.

올 초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제조, 금융, 유통 등 전통적인 수요업체들이 경기침체로 전산투자를 대폭 축소함에 따라 올 매출 목표를 예년에 비해 크게 낮춰 잡고 고속성장보다는 내실 위주의 경영에 나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내내 공격적인 대외활동을 자제, 눈에 띄는 변화는 적었다. 이는 소프트웨어산업이 그 어떤 산업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침체가 심각했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술력에 자신있는 일부 국내 개발사들은 내수시장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핸디소프트가 일본 아마다 그룹에 그룹웨어의 대량 수출을 시작했으며 한글과컴퓨터는 한글 일본어 버전을 출시하고 서울시스템도 일본 문부성에 서체를 공급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들 유력 소프트웨업체 외에 버츄얼아이오시스템이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새롬정보통신도 영상회의패키지를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와 반대로 지리정보시스템(GIS)과 문서관리시스템(EDMS) 등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에서는 외국계 소프트웨어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도 활발히 진행돼 국내 업체들은 해외로, 외국 업체들은 국내로 진출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반기 소프트웨어산업을 주요 분야별로 세분해 점검해보면 그룹웨어분야에서는 핸디소프트, 나눔기술 등 주요 업체들의 인트라넷 시장 진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워크플로기능에 강점을 갖고 있는 그룹웨어업체들은 올 상반기 인트라넷 그룹웨어 제품을 속속 출시해 금융권과 제조업체 등 기존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에 적극 나서 인트라넷 전문업체들을 위협했다.

인터넷, 인트라넷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다우기술이 각각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내비게이터」를 갖고 치열한 웹브라우저 시장 경쟁을 벌여 상반기 내내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상에서 사용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특정영역 정보만을 내보내주는 「푸시」 기술이 새롭게 등장해 마이크로소프트, 넷스케이프 등 세계적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웹브라우저에 이 기술을 속속 채택, 인터넷을 이용한 개인 멀티미디어 방송이 본격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인터넷 기술의 주도권 향배를 놓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자바」 언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 가운데 국내 개발업체들의 전망도 각자 입지에 따라 크게 엇갈려 향후 국내 소프트웨어업계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등장했다.

국내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경기침체로 비교적 신제품 발표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산 전사적자원관리(ERP) 개발업체들은 한국형 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SAP, 오라클 등 외국 대형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경영정보관리시스템(MIS)시장의 맞수인 한국기업전산원과 한국하이네트는 지난해 말 한국형 ERP 개발에 뛰어든 데 이어 올 SEK에 각각 「탑엔터프라이즈」와 「인프라프로」를 발표, MIS업체에서 ERP업체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은 물론 외국 제품의 공세에 맞서는 선봉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이와 함께 삼성SDS와 영림원도 각각 「유니ERP」와 「K시스템」을 출시, 한국형 ERP 시장에 가세함에 따라 ERP 시장의 국산화 경쟁은 하반기 이후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는 EDMS가 새로운 유망분야로 각광을 받으며 이 분야로 진출한 업체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국내 개발업체로는 메타데스크와 다존기술이 각각 「메타데스크」와 「인트라캐비넷」으로 본격적인 EDMS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닥스오픈」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아이시스도 EDMS시장 선발업체답게 다양한 제품군으로 한국형 제품 공세에 맞섰다. 이 시장에서는 칼텍시스템과 인성IDS가 각각 「다큐멘텀」과 「알케미」를 출시한 데 이어 인성IDS도 「키파일」 「키플로」를 발표, 그 어떤 소프트웨어분야보다도 시장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GIS분야에서는 美 ESRI, 캐나다 PCI그룹, 영국 스몰월드사 등 3사와 캐나다의 시스템하우스(구 SHL사)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미 지사형태로 국내에 진출한 미국의 인터그래프, 오토데스크, 벤틀리 등 3사가 컴퓨터지원설계(캐드)SW와 함께 GIS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아 외국계 업체들을 중심으로 GIS 시장 공략이 활발히 전개됐다.

<컴퓨터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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