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6월은 조금은 참기 힘들 정도로 덥다. 연일 45∼46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인간의 활동을 나태하게 만들며 밤에는 달궈진 복사열로 온밤이 짜증나게 무더워 잠까지 설친다. 그러니 각 가정이나 사무실마다 에어컨은 필수요소가 되며 이의 가동으로 전력소모는 극에 달해 부득불 제한송전을 한다.
수도인 델리에서조차 하루에도 수회씩 정전되는 일이 다반사이고 정전시에는 집이나 사무실이 한증막이나 다름없어 호텔로 피서아닌 피서를 떠났던 경험도 있다. 이 때문에 인도의 각 가정에는 자가발전기가 생필품이 된 지 오래다.
인도는 220V의 3상4선을 각 가정이나 사무실에 직접 공급하고 있다.이들 3상 전기는 적정한 부하분배가 이뤄질 경우 효율적이나 실질적인 부하배분이 어려워 상간 전압이 160∼280V까지 변동하므로 가전제품을 망가뜨리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인도 정부에서는 이렇게 열악한 전력인프라 확충을 위해 일찍부터 전력사업의 자유화를 추진,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력사업에서 발전-송전-배전망으로 구성되는 사업영역중 발전분야에는 이미 많은 민간기업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얼마전 국내의 모기업에서도 인도 북부에 발전소를 건립,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킨바 있다. 최근에는 송전분야에까지 민간인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지만 배전망의 경우는 주정부들이 독점적으로 이를 차고 앉아 사업을 하고 있어 관리상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전력사업은 「발전은 국제전화에 송전은 시외전화에 배전망은 시내전화에」 비교될 정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신사업과 같이 전력사업에도 돈벌이가 용이한 발전분야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경쟁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 통신청은 돈벌이가 잘되는 시외나 국제전화는 독점을 유지하면서 막대한 투자비에 수익성이 저조한 시내전화부터 사업권 경매에 의한 경쟁을 도입하는 고도의 술수를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름철 전력 성수기마다 최고 전력량이 매년 경신되고 제한송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전력사용 자제를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사업을 위해 설립된 독점 공기업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보다는 외도에 관심이 큰 듯해 시비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선정된 신규 시내전화사업자 컨소시엄에 대주주로 참여했고 케이블TV전송망 사업이나 장거리 회선임대사업에 진출하는 등 이들 공기업들의 사업다각화에는 왠지 씁쓸함이 앞선다.
아무리 통신사업이 자유화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하지만 공기업들까지 너도나도 참여하겠다고 아우성이니 어떻게 이해해야만 할까? 이럴 바에야 차라리 「통신사업과 전력사업간의 사업영역을 허물어 공기업들끼리 서로 물고 물리는 경쟁을 해보라」는 「막가파식」 주장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경쟁의 논리는 어느 곳에나 적용되지만 그것을 가능케하기 위한 「원칙」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김영재 한국통신 인도 델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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