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형 전자제품의 크기와 디자인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전지의 성능이다. 보다 작으면서도 에너지밀도가 높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개발하는 일은 휴대형 전자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다. 각국의 전지업체들이 끊임없이 전지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지 중에서도 현재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한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는 달리 충전을 해서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 부문이다. 2차전지 시장은 노트북PC, 휴대전화 등 휴대형 전자제품 시장의 확산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업계전문가들은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소형, 경량화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는 2차전지의 개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현재 상용화돼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고 앞으로도 2, 3년 간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2차전지는 리튬이온 전지이다. 리튬이온 2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지의 크기를 줄이고도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재충전때까지 전압의 손실이 거의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 이전에 사용되던 니카드전지보다 월등한 성능을 갖고 있다. 특히 폐기할 경우에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리튬이온 2차전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2차전지는 휴대전화용 배터리의 주종을 이뤘던 니켈 카드뮴 2차전지를 발빠르게 대체하면서 각종 휴대형 정보통신기기로까지 용도를 넓히고 있는 성장품목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포스트 리튬이온 2차전지」라는 기치를 내세우면서 시장 진출을 노리는 새로운 전지인 리튬폴리머 2차전지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리튬폴리머 2차전지는 한마디로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리튬이온 2차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2차전지로 정의할 수 있다.
리튬폴리머 2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폴리머 전해질을 끼워넣고 그 외부를 집전체, 외장재 순으로 씌운 구조로 되어 있다. 폴리머 전해질은 모노마, 유기용제, 전해질염 등 3종류의 물질을 혼합해 사용하며 양극에는 2P" O₂를 음극에는 탄소재료를 사용한다.
이 리튬폴리머 2차전지의 장점은 우선 제작할 수 있는 두께에서 리튬이온 2차전지를 크게 앞선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전지는 고체나 겔 상태의 폴리머를 사용하기 때문에 두께를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두께가 6㎜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6배나 박형화를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특성은 전지의 크기와 디자인을 더욱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이를 사용하는 제품의 디자인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전지는 또 안전성이 높은 장점도 가지고 있다. 액체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 2차전지는 용액이 유출될 경우 발화로 인한 폭발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출시 초기에 폭발사고를 겪고 보호회로를 부착하고 있는 리튬전지(1차전지)와 마찬가지로 폭발을 방지할 수 있는 보호회로를 부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와 달리 점성이 높은 겔 상태의 용액을 사용하는 리튬 폴리머 2차전지는 전지에 구멍이 나도 용액이 흘러나오지 않아 리튬이온 2차전지와 같은 발화 위험이 거의 없다. 대형 제품을 만들지 않을 경우 보호회로조차 필요 없으며 대형 제품의 경우에도 리튬이온 2차전지보다 간단한 보호회로만 있으면 된다.
리튬폴리머 2차전지는 미국 벤처기업인 발렌스테크놀로지와 전지회사인 울트라라이프 베터리스가 양산 계획을 발표해 놓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일본 기업 가운데 히타치 막셀이 처음으로 양산에 앞서 샘플 제품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올해를 기점으로 리튬폴리머 2차전지의 양산과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히타치막셀이 내놓은 샘플은 가로 54㎜, 세로 86㎜, 두께 0.5㎜로 일반 신용카드와 비슷한 크기이다. 이 회사는 현재의 생산설비로 5×5㎜ 크기에서부터 A5용지까지, 또 0.5㎜에서 20㎜ 두께까지 제작할 수 있다.
히타치막셀이 내놓은 신용카드 크기의 샘플은 에너지 용량이 40㎃H, 평균 작동전압은 3.6V이며 5백회까지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초기 성능의 80%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막셀의 샘플은 외장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체적 에너지 밀도는 40WH/ℓ 이하로 적다. 그러나 전체적인 크기가 커질 경우 리튬이온 2차전지 수준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확보할 수 있다.
직경 18㎜에 높이 65㎜인 원통형 리튬 이온전지를 직렬로 연결할 경우 체적 에너지는 2백14WH/ℓ가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크기의 리튬폴리머 2차전지를 만들면 체적에너지밀도는 이보다 큰 2백35WH/ℓ가 된다.
이같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태에서 리튬폴리머 전지가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을 대체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하는 등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요소인,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셀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늘어 생산수량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규모의 차이가 현재 리튬폴리머 2차전지의 가격이 리튬이온 2차전지에 비해 높은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관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생산수량이 늘어날 경우 보호회로가 필요 없거나 또는 리튬이온 2차전지에 비해 보호회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리튬폴리머 2차전지 쪽이 오히려 가격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기술로 상품화가 임박해 있는 리튬폴리머 2차전지의 보급 확산 여부는 기기 업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채용을 추진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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