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가전 뉴리더 (32);우림전자 개발실 「제빵기팀」

『빵 굽는 남자들』.

제과점의 빵기술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손쉽게 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용 빵제조기를 만드는 우림전자 개발실 제빵기팀 남자들의 얘기다.

아직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제빵기는 미주, 유럽 등 빵이 주식인 지역의 가정에는 널리 보급된 생활용품. 우리나라에는 90년대 초 우림전자, LG전자가 수출용 모델을 개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우림전자가 내수시장에도 판매를 시작, 월 3천대 규모로 나가고 있어 제빵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제빵기는 한국 중소업체 제품으로는 드물게 높은 인지도로 미국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주서믹서인 「주서맨」과 함께 「브레드맨(Breadman)」이라는 이름으로 연간 25만대, 1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두고 있다.

우림전자 제빵기팀은 송주흠 팀장(38)을 비롯 모두 빵전문가인 4명의 남자들로 구성돼 있다.

「빵통」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통하는 이 팀의 하루 일과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빵 굽는 실험을 하는 것. 재료별 비율, 가열온도, 발효시간 등 각종 조건에 따라 빵맛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체크함으로써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는 조건을 찾아 제품설계에 반영하는 일이다.

이 팀이 요즘 진행하고 있는 주요 임무는 세계 곳곳의 바이어가 요구한 지역별 소비자들의 입맞에 맞춘 레시피(Lecipe:요리별 재료배합 설명서)를 만드는 일. 지역마다 원하는 빵맛이 조금씩 달라 바이어의 요구조건에 맞게 빵이 구워질 수 있도록 제품설계를 변형시켜야만 한다.

첫 수출을 시작한 93년, 제빵기라는 품목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을 때 이 팀이 겪었던 어려움은 무척 컸다. 빵이라는 문화에 적응해야 했고 외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야 했다.

『빵의 결이 부드럽게 한 방향으로 찢어져야 하고 표면의 색깔이 너무 하얗지도, 너무 검지도 않게 구워져야 하고 부푼 모양도 먹음직스럽게 통통해야 한다』며 바이어들은 복잡한 조건을 내걸었다. 물론 주식인 빵을 만드는 기계인만큼 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전기보온밥솥처럼 소비자 요구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제빵기팀의 대응방법은 원하는 결과치를 얻기 위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수십, 수백번의 빵굽는 실험을 계속하는 길이었다. 기온 및 습도가 다른 각 나라의 조건을 설정하고 여기에 맞춰 재료는 어떻게 배합하고, 반죽을 몇차례하고, 발효는 얼마동안 하며, 가열온도와 시간은 어느 정도 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 이 모든 실험결과를 제품을 작동시키는 마이컴 회로에 반영하고 레시피와 사용설명서도 만들었다.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훤히 아는 빵박사들이 됐다.

이제 이 팀이 해야 할 일은 국내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제빵기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재료로도 손쉽게 빵을 만들 수 있는 「한국형 제빵기」가 목표다. 또한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산 및 동남아산 제빵기에 대응해 제조단가를 낮추는 기술과 생산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화된 아이템과 끈질긴 승부의식으로 이들은 세계시장을 뚫는 중소기업의 선봉장의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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