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이냐, 공략이냐」. 연간 3천억원에 이르는 가요시장을 놓고 외국음반메이저와 국내 음반제작사간의 공방전이 한창이다.
폴리그램, BMG, EMI,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 외국 5대음반메이저사들이 지명도를 앞세워 국내 가요시장의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국내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여기에 맞서 국내 음반업체들도 음반메이저들과의 차별화를 시도, 국내시장을 지키려고 온 힘을 쏟고 있다.
전체 음반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가요시장은 그동안 외국메이저사들에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외국 직배사들의 입장에서 국내 가요시장은 홍콩의 영화시장과 함께 시장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분야중 하나였다.지난 80년대 말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과 함께 아시아지역에 진출한 영화, 음반메이저들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홍콩 영화시장과 국내 가요시장에서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 직배사들이 한국음반시장을 공략하지 못한 이유는 전체음반시장에서 가요비중이 70%를훨씬 넘어서는 등 가요에 대한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그러나 지난해부터 이같은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폴리그램, BMG, EMI등 5대 음반메이저사들이 클래식, 팝음반 판매에 한계를 느끼고 최근가요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것.특히 이들 직배사는 일부 음반에 대한 위탁기획 및 제작(PD메이킹)계약의 기존 형태에서 탈피해 최근에는 중소 음반기획사에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제휴관계를 확대하거나 전속가수를 대폭 확충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가요음반비중을 높이고있다.
EMI가 지난해 11월 중소 음반기획사인 레볼루션 No 9에 30억원을 투자해 넥스트,뱅크,애머랄드 캐슬,김혜림 등의 음반을 출시했으며 최근 워너뮤직이 신촌뮤직과 포괄적인 협력관계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중으로 신인가수 이영미의 등의 음반을 출시할 예정이다.또한 BMG, 소니뮤직, 폴리그램 등은 최근 4,5명과 국내 신인가수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매달 1종 이상의 가요음반을 출시하고 있다.
음반 직배사의 한 관계자는 『음반 메이저사의 한국진출의 가장 큰 목적은 가요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 음반시장의 무자료거래 성행 등으로 가요시장공략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으나 최근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소 음반사에 직접투자를 시도하거나 신인가수 전속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국내음반사들은 이같은 메이저의 공세에 위협을 느끼고 있면서 수성전략마련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음반직배사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여의치않는 상황이어서 국내업체들은 전문화된 가요음반 레이블 구축과 함께 대대적인 기획, 마케팅등을 전개할려고 준비중에 있다.
삼성영상사업단이 올초 「악(樂)」이라는 새로운 레이블을 선보이면서 국악과 양악을 포괄하는 음반을 출시하고 있고, 서울음반이 락 발라드계열의 가요와,유명 국악인의 판소리, 가야금 연주 등을 담은 「불멸의 명음반 시리즈」 등을 출시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또한지구레코드등 일부 국내 중소 음반사들이 자사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음반 레이블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메이저의 대응에 대한 국내음반사들의 고민은 또다른 데 있다.외국메이저들이 세계시장진출을미끼로 국내가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가요의 장르가 다양하지 않고 주로 외국의 음악을 흉내내고 있는 상황인 데다 새로운 음악장르를 추구하려는 국내 신인가수들이 외국 직배사에 대한선호도가 높다』면서『직배사들의 영업 및 마케팅력이 상대적으로 중소 음반 기획, 제작사들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직배사의 가요시장장악은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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