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주기판산업 대기업 체제로 재편

국내 주기판 산업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완전 재편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한 주기판 전문업체인 석정전자가 최근 방산업체인 희망전자개발에 전격 합병된 이후 대우통신, 삼보컴퓨터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주기판 내수판매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지난 85년 이후 중소 보드업체들이 주도해 온 국내 주기판 시장판도는 희망전자, 대우통신, 삼보컴퓨터, 대선산업, 태일정밀 등 대기업 중심체제로 전면 재편될 전망이다.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는 올들어 70억원을 투입해 연말까지 연간 3백만장 규모로 주기판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나선 것을 계기로 그동안 자체 수요물량과 해외 OEM 수출용으로만 공급해 온 주기판을 이달말부터 일반 내수유통시장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삼보는 월간 12~13만장 이상으로 펜티엄 주기판을 생산해 이 가운데 1~2만장을 트라이젬 브랜드를 부착하지 않은 노브랜드 상태로 용산 등지의 중견, 중소 조립PC업체에게 공급해 내수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대우통신(대표 유기범)은 올 하반기부터 주기판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 아래 경기도 주안공장에 ATX 주기판의 양산라인을 설치, 7월부터 내수 및 수출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우통신은 6월부터 주기판의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현재 자체 수급용으로 가동중인 월 1만5천장 수준의 생산라인을 월 5만장 규모로 확대해 사업 원년인 올해에는 해외 수출분 20만장을 포함해 총 50만장의 주기판을 생산, 공급할 계획이다.

희망전자개발(대표 김태영)은 석정전자를 전격 인수한 것을 계기로 현재 월간 3만5천장 규모의 생산설비를 대폭 확충해 월간 7만장의 주기판과 멀티보드를 생산할 수 있는 대단위 생산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며 국내 5대 메이커는 물론 일본 등지의 대형 PC업체들을 대상으로한 OEM 사업도 크게 강화할 방침이다.

또 통합주기판과 3D그래픽 지원카드, 첨단 전술장비용 보드 등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적극 나서, 늦어도 99년에 장외법인 등록을 끝마치고 2천년에는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보드전문업체로 자리매김한다는 중장기 전략도 추진중이다.

이밖에 지난해 주기판 전문업체인 상운의 기술력을 전격 스카웃해 주기판 사업에 진출한 대선주조 계열사 대선산업(대표 문관형)도 이천공장에서 월 1만장 안팍의 주기판을 공급해 왔지만 올들어 라인증설에 나서 안성 제2공장에 대단위 주기판 생산라인을 추가로 설치하고 생산규모를 월간 2~3만장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주기판 산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나선 것은 주기판이 컴퓨터 경쟁력을 결정짓는 전략제품임에도 불구, 자금력과 양산능력이 취약한 주기판 전문업체들이 대만 등지의 외산업체들에게 무차별 시장잠식을 당하고 있어 더 이상 고부가가치 시장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전문가들은 『월 3~10만장 이상의 대량 생산설비를 갖춘 대기업들이 잇따라 주기판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제품 공급이 가능해 현재 70% 수준인 대만산 주기판의 시장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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