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산 "주전산기사업" 방향전환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이제 그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때가 왔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 온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우리의 중대형 컴퓨터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시장개방이라는 파고를 극복할 만큼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조달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이제 국산주전산기도 국내시장에서조차 외국의 유명 중대형 컴퓨터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간 국산 주전산기를 우선 구매하던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공공기관에서 외국산을 구매대상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심지어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이 대응할 수 없는 기술과 경험을 응찰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어 국산 주전산기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내 주전산기업체들은 국내 수요자가 외국산 선호라는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산 주전산기 사용을 외면하고 외국산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여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주전산기는 가격대 성능비의 통상적인 중대형 컴퓨터의 경쟁기준에서 볼때 다른 외국제품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다. 한마디로 국제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시장원리에 입각한다면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되어야 한다. 이 원리에는 국산 주전기도 예외일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과거 10년에 걸쳐 수천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해 온 국산 주전산기사업을 간단히 포기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된다. 이 사업은 국산 주전산기의 개발능력을 키워간다는 목적 이외에도 이를 통해 중대형 컴퓨터에 관한 기술축적과 인력양성이라는 국가적 목적도 함께 갖고 있다. 만약 경쟁열세를 이유로 이를 포기한다면 우리의 안방과 우리의 컴퓨팅 환경이 외국기업에 의해 좌우될 것이 명백하다.

정보시대의 생존대책은 우리가 핵심기술을 보유하는 것이다. 외국업체들의 기술패권주의에 맞서 우리 고유의 중대형 컴퓨터기술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국산 주전산기에 대한 사업방향의 대전환이 요청된다.

첫째로 우리 공공기관 업무에 관한 친숙성 내지 행정사이트에 관한 경험적인 이해를 통해 이해능력 및 솔루션에서 다른 나라보다 우수한 국산 주전산기를 개발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사용자들이 무엇을 필요로하는지 또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등 사용자 요구에 따른 개발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그간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정부, 연구소, 기업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그 결과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가격으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국산 주전산기에 대한 전면적인 가격정책의 재고를 통해 성능도 우수하고 가격도 경쟁력있는 제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최근 국산 주전산기업체 중 특정업체가 실시한 것처럼 선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또는 선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 벤처기업의 인수를 모색하는 것이다. 중대형 컴퓨터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기술흐름도 워낙 빨라 따라가기가 힘들다. 무조건 국산화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이제는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도 달라진 기술적 시장적 환경을 적극 수용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