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가전 수출 「로비력 보강」 급하다

중국을 비롯한 유망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국내 가전업체들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현지시장의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당국에 대한 로비 능력을 지금보다 배가시킬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올들어 국내 가전제품의 수출은 유망시장에서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국 四川省에서 규격미비를 이유로 컬러TV 냉장고 비디오CDP 등이 판매 중지 처분을 받았다.

LG전자는 지난3월 일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로부터 수입 규제를 받아 컬러TV의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대우전자와 현대전자도 올들어 중국시장에서 비디오CDP 등이 규제를 받으면서 대중국 수출이 주춤하고 있다.

또 국산 가전제품은 일부 중남미국가로부터 점차 규제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과 CIS가 그렇고 중남미 역시 국내 가전업체마다 최근 수출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지역이다.

이른바 「떠오르는 시장(Emerging Market)」들이다.

그런데 이 시장권에 있는 나라들은 최근 자국의 전자산업을 보호하고 경제 개발에 필요한 세수 확보를 위해 외국 전자제품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통관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보호를 빌미로 각종 규격인증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하기 전에 자국 전자산업의 기반을 갖추고 이에 필요한 재원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앞으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한국의 전자회사들을 경계 대상 1호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이 각각 중국 사천성과 CIS에서 제동이 걸린 것은 이같은 인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가전사들은 선진시장에 대한 수출이 침체되자 그 대안으로 유망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무자료 거래의 위험도 감수하면서 수출을 확대하고 있고 그 결과 일본 회사에 비해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신에 해당 국가로부터 견제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가전회사들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한다면 이같은 견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방법은 일본 전자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정보의 수집과 로비 능력을 보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소니와 마쓰시타는 좋은 사례가 될 만하다.

소니는 최근 세계 각국에서 유형, 무형의 규제를 받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3년 이상된 TV용 브라운관의 애프터서비스(AS)를 거절했다가 현지 언론과 소비자로부터 집중타를 얻어맞았다.

제품력과 브랜드 지명도를 과신했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다.

반면에 마쓰시타는 중국은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그리 심각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현지 합작사를 통해 현지 정책 당국과 언론에 대해 집중적으로 로비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국 사천성에서 곤혹스러운 일을 당한 삼성전자를 보면 현지 법과 제도에 대한 대비 못지 않게 현지 정책당국에 대한 로비의 절실함이 입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의 어느 전자회사 보다도 중국의 새로운 규격인증제도에 철저하게 대비해온 기업이다. 실제로 중국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 가운데 현지의 규격인증제도를 전혀 모르는 기업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현지 당국에 대한 사전 정보의 수집과 로비를 소홀히함으로써 화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망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야 하는 입장인 전자업체들로서는 신경써야 할 게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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