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기술(IT) 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각축전이 치열한 가운데 휴렛패커드(HP)가 최근 21세기 전략을 발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제2의 컴퓨터 업체인 이 회사의 21세기 패권 전략의 핵은 「통합(Unity)」이란 한 마디로 집약된다.
「통합」의 기반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를 양축으로 하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선 HP의 PARISC 칩과 인텔의 X.86 칩 아키텍처의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HP가 인텔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64비트 프로세서인 「메르세드」가 그것이다.
내년 발표 예정인 이 칩은 컴퓨팅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일단 HP의 유닉스 버전인 HPUX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NT를 동시에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NT 不可」나 컴팩 컴퓨터의 「NT여 영원히」라는 전략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유닉스와 NT의 동시 지원을 통해 기존 유닉스 고객의 투자 자원을 보호하는 한편, 고객들의 새로운 기술적 요구와 풍부한 애플이케이션 제공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HP는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HP는 통합 전략의 기저엔 고객 중심의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컴퓨팅 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종래의 사고와 전략에 대한 고집은 고객의 새로운 요구를 따라잡을 수 없는 낡은 것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고객의 투자 자원을 유지,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새로운 컴퓨팅 환경으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요해졌다는 것.
HP는 이에 따라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그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운용체계(OS)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축으로 해 그같은 믿음을 실천하려 하고 있다.
이들 시장 선도 기업들과의 협력은 투자 안정화 효과를 고객들에 제공하면서도 새롭고 우수한 기술적 자원의 흡수를 통한 새로운 솔루션 개발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HP는 보고 있는 것이다.
시장 선도 기업들과의 협력은 다른 한편, HP가 유닉스 시스템 시장의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 NT 시스템 등 새로운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 최근들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배증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들 기업들과의 협력은 비용 부담을 크게 덜고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고 HP 관계자는 말한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HP가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인텔에, 운용체계 등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사는 이를 통합하는 시스템 사업에 전력 투구하는 삼각 라인을 구축, 시스템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HP는 오는 99년부터 메르세드 칩 기반의 유닉스와 NT를 동시 지원하는 시스템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워 새롭게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면서 이른바 「익스텐디드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환경」을 구현해 간다는 방침이다.
익스텐디드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환경이란 국제적 차원에서 기업의 정보 기술 인프라 솔루션을 제공, 기업 내부 임직원은 물론 부품 공급 업체, 및 협력 업체 등과의 업무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HP가 최근 발표한 차세대 엔터프러이즈 서버 「V2200」은 이 과정으로 나가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HP가 지금까지 발표한 서버 중 가장 강력한 데이터 센터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 제품은 64비트 PARISC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과 64비트 OS 환경을 지원하는 것으로 차세대 버전에선 메르세드를 채택, 컴퓨팅 성능을 한 단계 더 높이게 될 전망이다.
HP는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인터넷 중심의 익스텐디드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환경의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근 HP가 11억달러가 넘는 엄청난 금액에 전자 상거래 소프트웨어 업체인 베리폰을 인수한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인터넷 전자 상거래 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나 인터넷 보안 장비 및 웹프린터, 스캐너 개발을 하는 것 등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HP는 이와 관련, 새로운 컴퓨팅 환경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어느 업체와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IBM, 노벨, 넷스케이프, 시스코 시스템스, 3콤, 포인트 캐스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기술 선도 업체들과의 협력 강화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HP측은 말한다.
<뉴욕=오세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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