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美 케이블 모뎀이용 인터넷 서비스 차질

미국, 일본 등지에서 케이블 모뎀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가 차질을 빚고 있다.

휴렛패커드(HP), IBM 등 미국의 케이블 모뎀 기기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영향이 서비스업체들에게로 파급되고 있다.

HP는 지난 달 상용화를 목전에 두었던 케이블 모뎀 「퀵버스트」의 개발을 중단키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업을 중단한다는 발표였지만 향후 시장 전망이 어두워 이 부문 사업을 포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어 IBM이 케이블 모뎀 사업부문을 폐쇄했고 인텔도 케이블 모뎀 칩세트 개발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도 HP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케이블 모뎀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미국 기기업체들의 케이블 모뎀 사업 포기 여파는 일본으로 먼저 파급됐다.

HP의 제품을 채택, 인터넷접속 시험 서비스를 실시해본 후 올 여름부터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었던 긴테쓰 케이블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긴테쓰가 케이블 모뎀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품 선정 및 시험 서비스를 다시 시도해야 하므로 본격적인 서비스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늦어지게 됐다.

이밖에 도큐케이블, 미쓰이, 도요타 등 케이블 모뎀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해왔던 업체들도 서비스를 늦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인 업체들의 발표는 없었으나 기기업체들의 생산 중단에 따른 충격 강도는 미국의 케이블 모뎀 서비스 업체들도 일본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케이블 모뎀 기기 및 서비스업계 관계자들은 사업을 포기한 기기업체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 파장의 최소화에 나섰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원인을 분석했다.

기기업계에서는 업체들의 사업 포기가 서비스 출범 당시 주 수요층으로 겨냥했던 재택 근무자들 사이에서 케이블 모뎀이 예상만큼 확산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기업계는 오는 2000년경 미국에서만 5천4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재택 근무자들에 대해 기대를 걸었다. 이들이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케이블 모뎀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재택 근무자의 다수는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케이블 모뎀을 이용할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오히려 기존 전화회선을 통한 접속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택 근무자 10명 가운데 케이블 모뎀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자는 1∼2명에 불과했다.

이들이 케이블 모뎀을 통한 인터넷 접속을 망설이는 이유로 서비스가 불안정하고 이용자가 늘면 속도가 처진다는 단점을 꼽았다. 그러나 케이블 모뎀의 이용이 늘지 않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케이블 모뎀에 대한 마인드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내에서 케이블 모뎀 출하대수는 2000년 80만대로 예상된다. 이는 케이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 이용자로 꼽히고 있는 미국내 9천2백만 케이블TV 가입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이와 반대로 낙관적인 예상도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인터넷에 접속해본 많은 소비자들이 케이블 모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화회선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방식으로는 가장 빠른 56kbps모뎀의 표준화가 지연되고 있고, 종합 디지털통신망(ISDN)이 제대로 확산되지 않고 있는 현상황에서 케이블 모뎀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론도 케이블업계의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케이블 모뎀이 계속해서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문다면 ISDN이나 비대칭가입자회선(ADSL)기술에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ISDN이나 ADSL이 그동안 임시변통 서비스로 56k와 케이블 모뎀의 사이를 메워주는 정도에 그쳤으나 케이블 모뎀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의 케이블 모뎀 업계 양상은 업체들이 시장 전망이 어두워 사업을 포기한다고 밝히고 있고 이같은 업체의 사업 포기가 시장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남은 기기업체들로서는 주력 업체들의 사업포기로 위축된 시장에 어떻게 활기를 불어넣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다. 일부 업체는 대기업의 빈 자리를 새로운 중소전문업체들이 메우면서 시장이 오히려 확대될 수도 있다는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HP와 IBM 같은 굵직굵직한 업체들의 포기 선언으로 의기소침해진 소비자들의 정서 문제를 어떻게 다독거리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서비스의 신뢰성 및 안정성 확보, 고속의 양방향 데이터 전송을 위한 기술 개발은 이들 남아있는 기기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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